| 뮤지컬 ‘스위니토드’에서 열연중인 배우 조승우(왼쪽)와 9월 ‘도리안 그레이’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는 JYJ 그룹 멤버이자 뮤지컬 배우 김준수(사진=오디컴퍼니·씨제스컬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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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쇄살인 이발사를 소재로 한 기괴한 줄거리에 난해한 음악. 여기에 스릴러와 블랙코미디를 조합했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위니토드’다. 2007년 한국 초연 때 쓴맛을 본 뒤 9년 만에 다시 올렸다. 그럼에도 뮤지컬계 남녀 톱스타 조승우·옥주현의 첫 동반 출연으로 앙코르공연은 일찌감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작품 선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조승우에겐 2012년 ‘닥터 지바고’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 조승우와 첫 호흡하는 옥주현(사진=오디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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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은 신춘수(48) 오디컴퍼니 대표. 그간 류정한·엄기준·조정석·주원·지현우 등 될성부른 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전략은 오디컴퍼니의 출연진 리스트를 탄탄히 해주는 밑바탕이 됐다. 9년 전 썰렁했던 작품은 ‘주책바가지’ 옥주현과 시종일관 광기와 유머를 오가는 조승우의 찰떡 케미(호흡)로 초반흥행을 이끌고 있다.
올여름 대작 뮤지컬이 풍년이다. 스릴러 ‘스위니토드’를 비롯해 블록버스터 ‘위키드’, 쇼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주크박스 ‘페스트’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동안 작품선정 기준의 8할이 배우였다면 이젠 제작사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믿고 보는 배우부터 심미안을 지닌 제작진, 최고의 창작진을 보유한 제작사만 보더라도 작품의 취향·성패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이들의 라인업을 살피면 공연관람에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현재 공연 중이거나 하반기 예정한 공연컴퍼니의 특징을 모아봤다.
조승우 오디, EMK 과거사 연예인 마케팅‘조승우=오디컴퍼니’ 공식이 성립될 만하다. 까다로운 조승우도 오디컴퍼니 작품이라면 신작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된 오디컴퍼니의 ‘맨오브라만차’ ‘지킬 앤 하이드’ 등에 주로 출연했다. 뮤지컬계 안팎에선 조승우가 오디하고 종신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풍문이 나돌 정도다. 조승우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0년 넘게 작업한 만큼 인연이 남다르다고 했다. “프랜드십? 이런 게 있는 거 같다. 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을 오디가 많이 하고 신 대표가 시기적절하게 작품을 제안한다”며 “날 아주 잘 간파한다. 물론 타이밍이 좋아도 내가 주인이 아닌 것 같은 작품은 안한다”고 귀띔했다.
2010년 ‘지킬앤하이드’에서 지킬 역을 맡았던 조승우는 회당 1800만원, 80회 출연에 14억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신 대표는 “조승우의 티켓파워를 봤을 때 그 정도 대우는 합당하다”고 할 정도로 오디는 연예매니지먼트사 못지않은 대우로 조승우와 끈끈한 인연을 잇고 있다.
이 같은 제작사는 여럿 있다. 씨제스컬쳐의 김준수가 대표적. JYJ로 출발한 씨제스는 추진력과 신뢰로 공연계 떠오르는 신흥 제작사. 김준수를 주역으로 세워 라이선스뮤지컬 ‘데스노트’를 흥행시킨 데 이어 오는 9월 개막하는 첫 창작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도 김준수를 캐스팅했다. 박명성 대표가 있는 신시컴퍼니 사단에는 27년차 뮤지컬배우 최정원이 있다. 대표작 ‘시카고’와 ‘맘마미아’의 단골 배우로 돈독한 신뢰관계를 유지한다.
EMK뮤지컬컴퍼니는 과거 여러 이유로 연예활동을 중단한 연예인을 기용하는 ‘연예인 복귀 마케팅’으로 재미를 봤다. 2010년 ‘모차르트!’ 초연 당시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의 분쟁으로 방송활동이 중단됐던 김준수를 캐스팅해 대박행진을 이어간 것을 시작으로, 2013년 ‘엘리자벳’ 앙코르공연 때는 30억원 부채로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박효신을 깜짝 캐스팅해 성공을 거뒀다. 비록 무산되긴 했지만 8월 7일까지 앙코르공연 중인 ‘모차르트!’에는 미성년자 성매수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가수 이수를 캐스팅하기도 했다. EMK의 첫 창작뮤지컬이자 역수출용 ‘마타하리’는 올 3월 세계 초연하면서 해외에서도 큰 이목을 끈 2세대 뮤지컬사다.
예술가 시리즈물 vs 오리지널 뮤지컬
라이선스 대신 창작이나 오리지널 작품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제작사도 있다. 2012년 설립해 뮤지컬 ‘셜록홈즈’를 히트한 HJ컬쳐는 이후 ‘빈센트 반 고흐’를 시작으로 ‘살리에르’ ‘파리넬리’ 등 유명 예술가를 다룬 창작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21일에는 천재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를 다룬 신작 ‘라흐마니노프’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한승원 대표는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했던 건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고 현장감 있는 소재를 찾다 보니 예술이 보이더라”고 했다. 이어 “천재일 것 같은 이면의 치열한 예술가 삶에 안도하고 위로 받는 삶의 연속성, 실제 이야기가 HJ컬쳐 작품의 큰 맥락”이라고 말했다.
| ‘모차르트!’에 출연하려다 고사한 이수(사진=EM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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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오리지널 작품을 올리는 마스트미디어도 독특한 제작사 중 하나. ‘로미오 앤 줄리엣’ ‘노트르담 드 파리’ ‘아마데우스’ 등 해외프로덕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신시·설앤 ‘다양성’, CJ E&M ‘자본력’, 에이콤은 ‘굵고 길게’ 신시컴퍼니, 설앤컴퍼니, 에이콤 등은 뮤지컬계 큰 형님격인 만큼 레퍼토리가 많다. 공연계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낸 1세대 뮤지컬 제작사들이다. 신시컴퍼니는 돈키호테처럼 일단 시작해보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창작뮤지컬 ‘댄싱섀도우’로 25억원의 적자를 보고도 50억원을 들여 ‘아리랑’을 제작해 호평을 얻었다. ‘맘마미아’ ‘시카고’는 흥행보증수표로 신시의 대표작이다.
설앤컴퍼니 역시 ‘위키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1세대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마당발. 라이선스 작품이 시장 흐름의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상황에 맞게 변용한 넌레플리카 방식으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CJ E&M은 ‘킹키부츠’ ‘베르테르’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기업 자본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대작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 미국서 초연한 ‘킹키부츠’는 공동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해 동남아시아와 중국에서의 공연권을 획득했다. 이외에도 창작작품을 제작·지원하고 있어 향후 기대가 높다. 에이콤은 소수의 ‘확실한’ 작품을 굵고 길게 올리는 제작사로 알려졌다. ‘명성황후’ ‘영웅’은 여러 차례 앙코르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밀도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 뮤지컬 ‘스위니토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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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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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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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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