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벌써 ‘꼬부랑 할머니’ … 꽃중년 망치는 척추관협착증

  • 등록 2016-06-17 오전 8:21:13

    수정 2016-06-17 오전 8:21:13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직장인 구모 씨(여·55)는 최근 갑작스럽게 생긴 허리통증 탓에 병가를 내고 직장을 쉴 수밖에 없었다. 한 달 전부터 엉덩이 부위에서 나타나던 경미한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엉덩이와 발바닥으로 확산됐다. 심한 통증 탓에 화장실을 갈 때에도 허리를 구부린 채 이동해야 했고, 걸을 땐 5분마다 제자리에 앉아 쉬어야 했다. 증상이 점차 심해져 인근 통증클리닉을 찾은 결과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리는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다발이 척추를 따라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된 원인은 노화로 50대가 되면 뼈와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고 뼈마디 사이에 있는 추간판도 닳아 없어져 신경압박과 통증이 심해진다. 보통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통증이 느껴지며 일정한 거리를 걷고 나면 다리가 죄어오고 저린다. 누워 있거나 앉아서 쉬면 별 증상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심해지면 운동장애나 대소변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요추간판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과 헷갈릴 때가 많지만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구부릴 때 통증이 오는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악화되고 숙이면 오히려 없어진다는 점에서 차이난다. 허리를 굽힐 때 통증이 감소하다 보니 구부정한 자세를 취할 때가 많아 ‘꼬부랑 할머니병’으로도 불린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은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앉았다 일어설 때 통증이 심하고 걷다 보면 점점 더 아파져 주저앉게 된다”며 “활동이 줄고 자꾸 앉아 쉬길 반복하다 보니 척추와 주변 근육이 점점 약해지고 증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했다.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량과 활동량이 적은 데다 가사노동, 임신, 출산, 폐경기 등아 원인이 돼 발병 위험이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 결과 2012년 척추관협착증 환자 중 여성은 74만여명으로 남성보다 1.9배 더 많았다. 이 중 50세 이상 여성이 68만여명으로 전체 여성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최 원장은 “여성은 남성보다 근육이 약해 상대적으로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덜하다”며 “여기에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골다공증을 부르고 근육을 약하게 만들어 척추의 퇴행성 변화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젊은층과 청소년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비만인구와 오래 앉아서 공부나 작업하는 시간이 늘어난 게 척추 노화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질환 초기엔 초음파, 견인치료 등 물리치료를 실시하고 2~3개월간 증세가 호전되지 않거나 계속 재발할 경우 비수술요법으로 치료한다.

척추관협착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배와 허리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는 걷기, 수영, 자전거타기 등을 꾸준히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등산, 달리기, 골프 등은 오히려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삼간다.

최 원장은 “허리를 과하게 비틀거나 구부리는 동작을 피하고 무거운 물건은 다리를 굽혀 물건을 몸과 가깝게 한 뒤 다리 힘을 이용해 들어야 한다”며 “50세 이상에서 허리통증이 2~3개월 지속 또는 반복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봉춘 세연통증클리닉 원장이 내원 환자에게 척추 질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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