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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시 바나나 한송이 가격은 얼마였을까. 한국물가정보 종합물가총람에 따르면 1988년 바나나 한송이 가격은 약 3만4000원이었다. 한송이당 바나나 17개가 붙어있다고 할 때 바나나 한 개당 가격은 2000원이다. 당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비행기 항공요금이 2만5000원대였다고 하니 일반 가정에서 먹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이랬던 바나나가 ‘국민 과일’로 등극하게 된 건 1990년대 초다. 1991년 우루과이 라운드로 과일 수입제한이 풀리면서 가격이 뚝 떨어졌다. 현재 대형마트에서 바나나 한송이 가격은 2000원이다. 평균 4000~5000원 하는 자장면 가격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바나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과일로 자리잡았다. A대형마트에 따르면 바나나는 2011년부터 줄곧 과일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다른 수입 과일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지만 바나나는 여전히 매출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바나나는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과일이다. 바나나에 풍부한 칼륨은 뇌졸중 예방, 비타민 B6는 스트레스 완화,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 바나나에 들어있는 트립토판은 ‘행복 호르몬’이라는 세르토닌을 생성한다. 세르토닌은 정신을 안정시키고 숙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바나나의 식이섬유는 대장 내 좋은 세균을 증가시켜 면역체계를 강화해 발암물질 작용을 억제하고 대장암을 예방한다. 또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아 성인병을 예방하고, 변비예방과 체중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국민 과일’로 등극한 바나나가 최근 멸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바나나의 암’이라고 불리는 파나마병 때문이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바나나 나무의 잎사귀는 누레지고 바나나는 결국 썩어버린다. 파나마병은 이미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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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과육의 색이 황금 오랜지빛을 띄는 라까딴바나나와 스리랑카 바나나인 실론바나나도 판매하고 있다. 식용 바나나를 다양화해 바나나 멸종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바나나가 흔해지면서 사과 맛이 나는 새콤달콤한 바나나가 등장하거나 다양한 국적의 바나나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의 상황을 보며 19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