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그 조짐을 보이던 지난 2007년 7월, 월가 대형 은행인 씨티그룹을 이끌고 있던 척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금융시장과 금융기관 상황을 ‘뮤직 체어스(Music Chairs: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음악이 멈추면 의자에 앉되 의자가 없는 사람은 탈락하는 게임)’에 빗대 이와 같이 경고했습니다.
불안의 징후가 위기라는 현실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늘 이같은 ‘폭탄 돌리기’ 게임이 벌어졌음을 우리는 오랜 경제사(史)에서 어렵지 않게 목도(目睹)해 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턱밑까지 조여오면서 한국경제도 장기간 저금리 상황에서 누려온 (유동성) 파티를 끝내야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저(低)성장의 늪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장기화한 저유가와 중국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경기 악화는 국내 핵심산업 업황 악화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를 두고 신평사들만의 책임이라고 탓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선제적으로 등급을 강등시키는 신평사는 시장에서 불평을 듣기 일쑤입니다. 고객인 기업들의 외면으로 시장점유율까지 잃게 되는 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입니다. 3개사 체제로 유지되면서도 복수평가가 의무화된 부분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 SRE에서 나타난 제4 신평사 설립과 독자신용등급 도입 등 시장이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책당국이 귀를 기울여야할 때입니다. 신용평가 정상화는 신평사와 시장 참가자, 정책당국간 공조의 결과물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