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16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에서 성사된 장린과의 리턴매치에서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다. 비록 장린에게 내줬던 아시아기록을 찾아오지는 못했지만 압도적인 실력차를 뽐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로마의 충격' 이후 17개월 만이다.
박태환과 장린은 오랜 라이벌이다. 둘의 경쟁은 박태환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2005년 동아시아게임부터 시작됐다. 당시 장린과 나란히 1500m에 출전한 박태환은 장린보다 먼저 들어오고도 터치패드를 제대로 건드리지 않아 0.05초 차이로 장린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그러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억울한 은메달의 아쉬움을 훌훌 날려버린 박태환이었다. 박태환은 당시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3관왕에 올랐고, 장린은 박태환에 밀려 단 한 개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그 이듬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리턴매치 역시 장린의 참패였다. 안방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린은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기록도 박태환의 것이었다.
장린이 "박태환의 사진을 벽에 붙어놓고 훈련했다"고 말할 만 했다. 절치부심하던 장린이 반전에 성공한 것은 지난해 7월 로마에서 벌어진 2009년 FINA(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이었다.
박태환이 전 종목 결승 진출 실패라는 쓴 잔을 든 사이 장린은 400m 동메달 획득과 더불어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작성한 아시아기록(1분41초86)을 0.51초 앞당기며 새 아시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시상식 직후 "이제 박태환의 사진을 떼어버리겠다"며 승자의 기쁨을 누렸다.
15일 단체전이었던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장린은 경기 직후 400m 각오를 묻는 기자들을 향해 "박태환은 매우 강한 상대다. 400m 경기는 내게 하나의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다시금 박태환에게 한판승을 당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유형 1500m다. 이 부문 아시아기록 보유자인 장린이 과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