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책임진 금고 노인은 그 마을의 한 부자를 불러서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돈을 빌려줄 테니 그 돈으로 사람들에게 소를 살 수 있는 돈을 빌려주는 장사를 한번 해보라고 제안했다. 부자는 이것이 더 부자가 될 수 있는 손쉬운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지금부터 소를 담보로 싸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벽보를 붙였다. 그러자 소 값이 올라가고, 소가 없는 사람들도 돈을 빌려서 소를 사려고 했다. 소 값은 더 올라갔다. 지금 소가 없는 사람들은 영원히 소를 갖지 못할 것 같은 조바심에 서둘러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돈을 빌려서 이미 값이 많이 올라간 소를 샀다.
어느 날 대출장부를 쳐다보던 부자는 갑자기 손바닥으로 무릎을 쳤다. 그리고는 하인을 불렸다. 대출 장부에 올라 있는 스미스가 빌려간 돈을 다 갚으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그 사이에 스미스는 부도를 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부자는 하인에게 지금부터 잘살게 해줄 테니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하라고 꼬셨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대출채권을 하인에게 팔면, 하인은 이 대출채권에서 나오는 우유, 송아지, 고기 또는 돈을 원하는 사람에게 각각 나누어주는 새로운 상품군을 만들어서 돈을 받고 팔았다. 이 새로운 상품군은 너무 인기가 좋아서 이웃 마을에서도 이 마을에 물건을 팔아서 받은 이 마을 돈을 들고 이 상품을 사려고 들어올 정도였다. 이렇게 하여 부자는 빌려준 돈을 10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회수하여 다시 새로운 대출을 할 수 있었고, 부도 위험도 옆집 사람이나 이웃마을 사람에게 넘겨버릴 수 있었다.
이 마을에는 한 선지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멀지 않아 이 마을에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약간의 그런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꾀보 노인 금고책임자는 부자에게 더 많은 돈을 더 싸게 빌려주었다. 그래서 이제 아무도 그 선지자의 말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해 초부터 빌린 돈에 대한 원리금을 갚지 못해서 한두 명씩 소를 끌고 부자에게 가서 빌린 돈 대신 주고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빌린 돈으로 산 두 마리 중에서 한 마리를 팔기도 했다. 소 값이 올라가면서 그들이 빌린 돈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소 값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하인이 관리하던 돈놀이도 어려워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소에서 나올 우유, 송아지, 고기 또는 돈이 너무 비쌌고, 제대로 약속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모두 하인에게로 달려가서 자신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하인의 뒤에 숨어 있던 주인이 나서야 했으나 주인의 돈도 대부분 소를 비롯한 양, 토끼 등에 투자되어 있어서 갑자기 현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부자는 꾀보 노인 금고책임자에게 달려갔다. 꾀보 노인은 어쩔 수 없이 우선 급하게 돈을 찍어 빌려주었다. 그리고는 왕과 골방에 앉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2007년 개정판)>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