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에 놀란 금리·환율 급등...변동성 지속
35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는 크레딧 시장 전문가들의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경계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시장 전문가 183명은 미국 대선 결과가 국내 크레딧 시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5점 척도 질문에 3.51점을 매겼다. 직군별로는 크레딧 애널리스트(CA)가 3.54점을, 비CA가 3.50점을 매기며 대선 결과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세부적으로 채권매니저는 3.40점을 줬고, 채권브로커 및 연기금·공제회가 포함된 기타응답자는 3.72점으로 더 높은 우려감을 드러냈다.
미국 대선 전 한 SRE자문위원은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크레딧 시장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많은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고금리와 강달러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된 지난 6일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4.68%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도 트럼프 당선 이후 치솟아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향후 법인세 인하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발행 증가 우려로 장기 금리가 상승했다”며 “불법이민자 통제에 따른 임금 상승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어 향후 금리 인하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당분간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크레딧 스프레드는 보합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강달러 압력의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의 정책들이 실제 경제지표를 통해 충분히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강달러 재료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경제 및 재정 여건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약달러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트럼프 본인이 강달러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해 강하게 밀기 시작할 보호무역 정책과 전통 제조업 부흥, 화석연료 우대 정책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신용 기상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사업 불확실성 증가로 실적과 재무부담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당분간 집중 모니터링에 나설 분위기다.
산업군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우려 수위가 높은 분위기다. 트럼프가 바이든 행정부 정책 중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청정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이 골자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내걸었던 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져서다. 두 정책을 완전 폐기하지 않더라도 혜택을 크게 줄일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상태다. 특히 이차전지 기업의 경우 미국에 공격적으로 확장 전략을 펴온 데다 IRA의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로 받고 있는 보조금 의존도가 상당해 더 우려가 쏠리는 모양새다.
한기평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환경규제 완화와 IRA 폐지 및 축소로 전동화 전환이 지연되고 이차전지 수요가 위축되면서 현재의 부정적 사업환경이 이어지고 업황 반등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전동화 전환 지연에 따른 수요 위축과 AMPC 보조금 등 인센티브 축소로 사업환경의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5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