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IMF 사태보다 더한 심리적 내전

  • 등록 2024-07-25 오전 6:55:53

    수정 2024-07-25 오전 6:55:53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다.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IMF는 국제통화기금을 뜻하는 알파벳 약어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의미는 다르다. 보통 1997년 외환위기를 ‘IMF 사태’라고 부른다. 해방 이후 최대 국난이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환율이 급등했고 경제적 혼란은 극에 달했다. ‘나라 망했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IMF사태를 기억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악몽이었다.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면서 직장을 잃은 이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반대로 일부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추억이었다. 주식과 부동산 등 폭락한 자산을 사들여 훗날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배우 김혜수·유아인 주연의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혼란스러운 시대상이 잘 그려져 있다.

IMF사태를 악몽 또는 추억으로 기억하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팩트다.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조기 졸업한 모범생이라는 점이다. 온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다소 고리타분한 표현이지만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이는 우리 국민의 위기극복 DNA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장롱 속의 금붙이는 물론 서민들의 결혼반지와 돌반지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IMF사태 극복의 결정적 원동력이었다.

나라 안팎으로 모든 상황이 어렵다. 대내외적인 경제위기는 물론 글로벌 외교안보 지형도 위태롭다. 이때문에 가끔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제2의 IMF’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시시때때로 쏟아진다. 결론적으로는 기우(杞憂)에 가깝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지만 97년과 같은 외환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경제는 9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다. 말그대로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튼튼하다.

정말 우려스러운 지점은 다른 곳에 있다. 어쩌면 ‘제2의 IMF 사태’보다 위태롭다. 현 단계 대한민국은 ‘심리적 내전’의 일상화 사회다. 갈등은 꼬일 대로 꼬여있다. 최악은 정치다.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한쪽은 탄핵을, 다른 한쪽은 구속을 외친다. 실현될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다. 그러는 사이 △국민연금 개혁 △의정갈등 해법 △저출산고령화 대비 등 온갖 난제는 방치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일자리·주거·교육·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방은 몰락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서울민국’이다. 일상 곳곳에서 부딪히는 남녀간 젠더 갈등은 과연 해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도처가 지뢰밭이다. 결혼과 출산은 모두가 누리는 행복이 아니라 ‘부의 상징’이 될 정도로 양극화가 위태롭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흙수저 성공신화 또한 완벽하게 실종됐다.

발칙한 상상을 해보자. 만일 최악의 경우 제2의 IMF사태가 터진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금모으기 운동’에 나설 수 있을까? 불행하게도 대답은 예스(YES)보다는 노(NO)에 가깝다. 97년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현재는 불가능하다. 한국사회, 이대로는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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