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고금리까지 벼랑 끝 충청권 기업·자영업자들

올해 대전지법에 접수 법인파산 97건…10년간 역대 최고치
대전 중기 대출 연체 전국 1위…충남 소상공인 생존율 30%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등 대안도 여러난제들로 추진에 난항
  • 등록 2023-12-28 오전 6:30:00

    수정 2023-12-28 오전 6:30:00

1998년 5월 31일 은행구조조정으로 퇴출되는 충청은행.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전·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계속된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대전과 충남 등 충청권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원이 큰 폭으로 줄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기업 및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방법원, 충남신용보증재단 등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대전지법에 접수된 법인파산 사건은 모두 97건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해 692% 급증한 것으로 최근 10년간 역대 최고치이다. 법인파산 사건의 전국 평균 증감율이 356%인 점을 고려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5년간 대전지법에 접수된 법인파산 사건은 2018년 52건에서 2019년 56건, 2020년 67, 2021년 77건 등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66건으로 다소 줄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정부와 각 지자체의 지원으로 기업 파산이 소폭 줄었다가 최근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맞물려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재정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9월 기준 대전지역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73%로 전국 평균인 0.49%를 훨씬 웃돌았으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 0.1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0.50%, 올해 9월까지 0.55%포인트 급증했다. 이들 업계는 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매출 감소에 고금리, 내수경기 침체 등을 업황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충남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충남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충남지역의 소기업·소상공인은 지역 내 전체 기업 수의 98.7%, 종사자 수 69.9%, 매출액 33.1%로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소기업·소상공인의 생존율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충남에서 매년 5만개의 기업이 창업하고 있지만 이 중 3만 5000개 기업이 폐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소상공인들도 최근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충남은 다른 지역과 달리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아 경기의 영향을 바로 받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 1000만원 미만인 사업체의 전국 평균이 46.3%인 반면 충남은 0.3%포인트 높은 46.6%에 달하고 있다. 매출액 규모별 사업체 수 비율을 살펴봐도 5000만원 미만 업체의 전국 평균이 39.9%에 반해 충남은 43.1%로 전국 평균보다 영세한 업체가 많다.

이 같은 지역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지자체와 경제계 주도로 추진 중이지만 난항을 겪으면서 중소기업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균형발전 차원의 지역공약으로 반영됐고, 김태흠 충남지사의 민선8기 중점과제로 선정됐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난제는 투자자 모집이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충남도가 나서서 기업들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경제계 인사는 “1990년대 말 충청권 지방은행이 모두 사라지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의 금융활동에 많은 제약이 발생하는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방은행 설립과 함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을 위한 정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없다면 내년부터 거의 전 업종에서 줄도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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