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th SRE][Worst]SK온, 돈 먹는 하마를 보는 우려↑

SK온, 연간 투입 자금만 7~10조
신평사는 “그룹이 밀어줘서 괜찮다”는데...
시장은 “SK그룹 자체가 우려 대상”
  • 등록 2023-11-17 오전 7:04:02

    수정 2023-11-17 오전 7:04:02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국내 배터리 후발업체인 SK온을 보는 시장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연간 10조에 육박하는 자금을 끌어가고 있지만 성과를 내는 속도가 현저히 부진해서다. 34회 SRE에 참여한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SK온을 비롯해 신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SK그룹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투자금 회수 전에 무너질라...SK온을 둘러싼 우려의 먹구름

SK온은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 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 채권시장 전문가 176명 중 16명(9.1%)으로부터 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워스트레이팅)으로 평가받아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34회 워스트레이팅에 처음 포함되자마자 단숨에 상위권을 차지한 모양새다. 응답자 16명 중 15명이 현재 신용등급 대비 하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답하면서 상향의견은 단 1건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직군별 응답을 보면 크레딧 애널리스트(CA) 9명, 비CA 6명이 신용등급 하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상향 의견을 낸 1명은 비CA 그룹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모두 SK온의 신용등급을 A+,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평사들이 제시하는 현 등급에 대한 주요 평정 논거는 사업 경쟁력과 2차전지 시장 내에서 사용량 기준으로 글로벌 5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무엇보다 SK그룹이 밀고 있는 핵심 산업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유사시에 지원할 가능성을 높이 사고 있다.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한 회사로,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2차전지 제조·판매 사업사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최근 수년 사이 공격적인 투자 및 확장 전략을 쓰면서 재무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물적분할 직후인 지난 2021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6.4%, 순차입금 의존도는 26.5%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부채비율은 183.4%, 순차입금의존도 33.6%를 기록했다. 향후에도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CAPEX 규모를 감안하면 차입금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다. 연간 필요한 CAPEX 자금 규모만 7조~10조원 수준에 달한다. 투자금이 조단위로 들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적자는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3조1727억원, 영업손실 861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경쟁사 대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SK온은 SK이노베이션, 그룹 지원에 전적으로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문제는 시장에서 SK그룹의 체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듯 34회 SRE 워스트레이팅 상위권에는 SK그룹 소속 회사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는 SK온보다 더 많은 우려를 받으며 총 18표(10.2%)로 12위를 기록했다. 전체 응답자 18명 중 무려 13명이 현재 등급 대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상향 의견을 낸 인원은 5명에 그쳤다. CA는 7명 모두 하향 의견을 냈고, 비CA 중에서는 6명이 하향, 5명이 상향 의견을 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거액의 손실을 본 가운데 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SK도 11표(6.3%)를 얻어 한국토지신탁·대우건설 등과 함께 현재 신용등급이 부적정한 기업 20위를 기록했다. SK에 대해서도 상향 의견은 2건에 그쳤고, 하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표를 기록했다.

SK그룹은 지난 2018년 이후 지속된 대규모 투자자금 지출로 매해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22조원이었던 합산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 3월 말 약 87조원 수준으로 폭증했다. SK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추가 자금조달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재무부담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및 정유화학 부문 등의 수익성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지만, 차입부담에 대한 자본시장의 우려 및 금리 등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제약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다.

SRE자문위원은 “예전에는 SK그룹이 포트폴리오를 개선한다고 차입금이 많이 늘더라도 중심 회사들이 잘 버티면 괜찮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며 “그런데 SK온에 들어가는 투자액이 과도하게 늘면서 중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4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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