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 '대구시 퀴어축제 행정대집행은 무리' 내부 판단

퀴어축제 둘러싸고 대구시·경찰 충돌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홍준표 비판 성명
홍 "대구경찰청장 책임 묻겠다"
  • 등록 2023-06-17 오후 2:15:28

    수정 2023-06-17 오후 2:15:28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이 17일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싸고 충돌한 것과 관련, 대구경찰청은 사전에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은 무리’라는 취지의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한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대구시가 도로점용 허가 없이 설치되는 퀴어문화축제 시설물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적법성 여부를 논의했다.

경찰은 집회 신고된 현장에 별도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허가받지 않을 경우 집회 중 행정대집행이 가능한지 등을 살펴봤다.

행정대집행은 행위 의무자가 법정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행정관청 또는 제3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은 집회의 자유 범위 내에 있는 집회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더라도 ‘형사법’과 ‘행정법’ 영역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회를 강제로 해산해야 할 만큼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협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면 행정대집행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퀴어문화축제 측 무대 설치를 막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판단을 토대로 경찰은 이날 퀴어문화축제 측 무대 차량이 행사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이 일대 교통 정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불법 도로점용을 막으려는 대구시 공무원들과 충돌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현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사전에 수 차례 협의했는데 경찰청장이 법을 이렇게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재인 시대의 경찰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나 세상이 바뀌었다.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찰이 불법 점거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통행권을 제한했다”며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찰을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며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시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일 자기기인(自欺欺人)”이라며 “판례를 볼 때 퀴어문화축제가 불법 도로점거, 정당한 행정대집행이란 것은 논리에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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