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地球)인가 수구(水球)인가 [물에 관한 알쓸신잡]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있을까
  • 등록 2021-12-04 오전 11:30:00

    수정 2021-12-04 오전 11:30:00

[최종수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15년 개봉했던 맷 데이먼(Matt Damon) 주연의 공상과학 영화 ‘마션(Martian)’은 사고로 혼자 화성에 남겨진 주인공 와트니가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식물학자인 와트니는 화성 우주기지에 홀로 남아 로켓 연료인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들고 인분을 이용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데 성공합니다. 그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토록 간절하게 필요로 했던 것은 바로 물입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화성을 비롯해 다른 행성을 탐사할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물이 존재하는가의 여부입니다. 지난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에 물이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달에 기지를 건설하려는 NASA의 희망을 북돋았다고 할 수 있죠.

발표에 따르면 달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대체로 흙 1㎥에 340㎖ 정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책상 크기만큼 달의 흙을 담으면 그 속에 생수병 하나 정도가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과거에도 달 표면에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있었지만 지난해 발표를 통해서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왔던 달에 기지를 건설해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물이 있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지구 표면의 3분의 2는 물로 덮여 있습니다. 그 물의 양은 14억㎦, t으로 표현하면 14,000,000,000억t이나 됩니다.

어느 정도의 양인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지만 이 물을 지구에 골고루 덮는다면 지구 전체를 2.7km의 깊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지구 표면의 대부분이 물로 덮여 있고 그 물의 양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임을 생각하면 아마도 외계인이 지구를 처음보고 이름을 붙였다면 지구(地球)가 아닌 수구(水球)가 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지구상에는 가늠하기 힘든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있는데 왜 지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물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도 불사할까요?

이유는 바로 풍요 속에 빈곤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 있는 물의 97.5%는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없는 바닷물입니다. 나머지 2.5%만이 짜지 않은 물, 즉 민물 또는 담수(淡水)입니다.

이마저도 대부분은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없는 빙하나 만년설로 존재합니다. 우리가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호수와 하천, 또는 지하수로 존재하는 물은 전체의 1% 수준이고 우리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하천과 호수에 있는 물은 더 적은 0.0086%에 불과합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1만분의 1도 되지 않는 양입니다.

물의 존재 형태. (이미지=최종수 위원)


이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엄청나게 많은 물이 있음에도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인구는 여전히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석유나 석탄 같은 자원은 매장량이 제한됐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갈되지 않도록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하고 대체할 자원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물은 무한히 순환된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공급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석탄이나 석유가 부족하면 원자력과 풍력으로 대체할 수 있고 쌀이 부족하면 밀이 대신할 수 있지만 물이 부족하면 물은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물은 아주 옛날부터 순환을 통해 우리에게 지속 공급됐고 공급되는 속도와 양도 일정합니다. 이에 비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년 2.5~3%씩 증가하고 있고 1950~1990년의 50년 동안 인류의 물 수요는 3배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2050년이면 전세계 인구가 90억명에 이르고 이 중 절반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바닷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돼 우리에게 돌아오기 위해서는 자연이 정한 시간이 걸리지만, 사람들은 자연이 정한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당장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물이 있는 곳이면 하천과 호수, 지하수를 가리지 않고 물을 끌어 씁니다.

마치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으면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듯이 지구의 물도 채우는 양보다 쓰는 양이 훨씬 많아 지구의 물 살림살이는 점점 더 팍팍해져만 갑니다.

■최종수 연구위원(박사·기술사)은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Utah Visiting Professor △국회물포럼 물순환위원회 위원 △환경부 자문위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자문위원 △대전광역시 물순환위원회 위원 △한국물환경학회 이사 △한국방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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