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체ㆍ개방으로 결론난 5개 보(洑),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 등록 2021-01-20 오전 6:00:00

    수정 2021-01-20 오전 6:00:00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그제 이명박 정부 시절 건설한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전면 해체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금강 공주보는 상부 교량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부분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3년 8개월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위원회는 보 해체의 주요 근거로 2017년 6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보를 개방하면서 관찰한 결과를 제시했다. 세종보와 공주보의 상·하류 구간에서 멸종 위기의 야생 조류가 관측됐으며 여름철 녹조 현상이 줄었다고 밝혔다. 보 개방이 우리 강의 자연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보 유지를 주장하는 전문가와 상당수 지역 주민들이 정부가 환경단체 등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의 눈치를 보며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산보 철거반대 투쟁위원회는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홍수 피해 방지와 가뭄 대비,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이미 입증된 여러 효과와 전문가 의견보다 환경에 더 무게를 둔 결론을 내린 탓이다.

4대강 사업은 2011년 이후 여러 차례의 감사원 감사와 민·관합동 조사를 거치며 성과의 시비가 가려진 상태다. 대규모 준설로 상습 침수 구역(808㎢)의 94%가 공사 후 침수 위험이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집중 호우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쓴 재해대책비는 2008~2011년 4년간 총 5991억원이었으나 보 설치 후인 2012~2019년 8년은 총 2366억원에 그쳤다. 연평균 예산이 20%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환경이 중요한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보당 최고 3130억원(승촌보)을 들여 세운 국가 기반 시설을 많은 반대 여론을 묵살한 채 수백억원의 세금을 쏟아 철거한다는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 바란다.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의 억지와 졸속 및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국민이 겪은 피해와 혼란을 고민한다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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