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하루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급증하더니 두 달 반 만에 200명을 넘어섰다. 병원·학교·노인돌봄시설·지인모임 등 생활공간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어 확진자 증가세가 쉽사리 꺾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남 천안·아산, 강원 원주, 전남 순천·광양·여수 등 여섯 곳의 지방도시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강원도가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해 방역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지난 봄철 대구·경북 중심 1차 대유행, 여름철 수도권 중심 2차 대유행에 이어 가을·겨울철 전국 규모 3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는 북반구에 위치해 우리와 계절이 비슷한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가을·겨울철에는 건조한 대기로 인해 코로나의 전파력이 강해지는데다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실내 활동을 늘리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커지는 탓이 크다. 그렇다고 세계적인 대유행 추세에서 우리만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레 단정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입국자 대상 방역 관리는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해외 추세의 유입 가능성에 겁먹을 이유가 없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가 국내 사회적·개인적 방역에서 긴장의 끈을 너무 늦추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돌아보면 코로나에 대한 우리의 경계와 긴장이 다소 풀어진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경제 활동과 방역의 병행을 내세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보수단체가 모인 8·15 광화문 집회는 물샐 틈 없는 차벽 설치로 차단했지만, 지난 주말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는 신고된 장소별 인원이 100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허용하기도 했다. 국민 개개인의 긴장도 느슨해져 지인모임을 재개하거나 관광과 여행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산 넘어 산이다. 다국적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90% 이상임이 확인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어떤 것이든 백신의 국내 공급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가을·겨울철을 잘 넘기지 못하면 코로나가 우리 경제와 일상을 다시 마비시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