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잡으려다 외곽만 잡았다…안산·안성 등 집값 하락 시작

이번주 서울 집값 0.01% 올라
용산·노원은 집값 상승률 더 커져
반면 경기권 일부 지역 하락 조짐
“안산 집값 하락중…안성도 마이너스 전환”
비규제지역 김포·파주도 상승세 꺾여
  • 등록 2020-09-04 오전 6:00:00

    수정 2020-09-04 오전 7:12:25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서울 용산구와 노원구 집값이 이번주(9월 첫째주) 더 오르는 등 정부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지역 집값은 좀처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값 하락이 포착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이 아닌 수도권 외곽지역이다. 안산은 집값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안성 집값도 이번주(9월 첫째주) 마이너스 변동률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려다 서울 외곽 집값만 잡고 있는 형국이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심리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63빌딩에서 본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집값 팽팽한 ‘보합’…용산·노원은 더 올랐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01% 올라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값은 7월 1주 0.11%로 고점을 찍은 이후 매주 상승률 폭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세 하락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25개 자치구 내에서 첫 하락 지역이 나타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다.

강남4구에서 서초·송파구(0.00%)는 보합을, 강남구(0.01%)와 강동구(0.02%)는 소폭 상승을 나타냈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등 영향으로 매수세가 위축되고 관망세는 짙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은평구(0.03%)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은 전주와 같은 0.01∼0.02% 상승세를 유지했다.

용산구(0.01%→0.02%), 노원구(0.01%→0.02%)는 지난주보다 오름폭이 커져 눈길을 끈다. 용산구는 리모델링 호재 있는 이촌동 위주로, 노원구는 중계동 등 6억 이하 위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는 게 감정원 측의 분석이다.

이촌동 내에서는 4000가구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동부이촌동 강촌아파트(1001가구)와 이촌코오롱아파트(834가구)는 최근 공동리모델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오는 10월에는 동부이촌동 한가람아파트(2036가구)가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연다. 3개 단지가 한꺼번에 리모델링되면 총 가구수는 600가구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이 지역 일대가 호재에 휩싸였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가람아파트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 8월 거래된 21억8000만원(14층)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면적형의 직전 가격은 지난 7월 거래된 20억9000만원(18층)이다. 지난달 노원구 중계동에서는 건영재건축·주공8단지·중계3벽산·중계그린1단지·중계무지개 아파트 등의 49~84㎡ 면적에서 6억원에 이르는 매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강남4구를 비롯해 서울 전역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면서 “최근 허위 매물 단속까지 본격화 되면서 매물이 전체적으로 사라져 시세 하락 조짐은 감지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매도자는 최대한 호가를 올려놓은 상황인 가운데 매수가 이를 따라붙지는 않고 있어 팽팽하게 보합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나마 앞으로 하락 가능성은 강남 서초가 유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 서울 외곽만 통하나…안산·안성 집값 빠진다

반면 경기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 하락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경기권은 집값이 0.11%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안산(-0.02%)은 매물가격대가 낮아지며 전주(-0.01%) 대비 하락폭이 확대했다. 안산 단원구 고잔동 안산레이크타운푸르지오 전용 59㎡의 최근 실거래가는 4억7500만원(1층)의 급매물로 거래됐다. 이 면적형의 직전가는 지난 7월 5억5300만원(23층)으로, 층 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1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안산은 신안산선 인근 단지 위주로 가격이 급등했다가 정부 대출 규제 등으로 매물들이 꺾이면서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이 분위기는 앞으로도 유효해 보인다”고 했다. 또한 안성은 이번주 –0.01%로 하락 전환하며 전주(0.08%) 대비 0.18% 포인트 떨어졌다.

수도권에서 규제에 제외된 김포와 파주에서도 집값 상승률 하락세도 두드리진다.

김포의 집값 상승률은 6월4주차 1.88%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이주에는 0.07%까지 떨어졌다. 파주는 이번주 집값 상승률 0.01%로 전주(0.09%)보다 상승폭이 확 줄며 보합세를 나타내기 일보 직전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산을 비롯해 김포, 파주 등은 하락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3기 신도시 등 공공분양 물량 확대예고에 따른 대기수요가 서울보다 경기권이 더 많고, 다주택자들이 수도권 저렴한 주택부터 팔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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