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요즘 미국과 중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또다시 중국 정보통신(ICT)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나서면서 양국이 한층 더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화웨이 압박에 중국에서는 미국 대표 IT 기업인 애플에 대한 보복조치가 거론되고 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애플이 피해보다는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제재에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 하락 등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업계에선 ‘제일 쓸 데 없는 게 애플 걱정’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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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웨이 초강력 제재에 中 ‘애플 때리기’ 카드 만지작
애플이 미·중 갈등의 무대로 소환된 발단은 최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의 수출을 규제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겟다는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입니다.
우선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차단하고 나섰습니다. 제3국 반도체 회사라도 미국 기술과 장비 등을 조금이라도 활용했다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애플에 대한 보복조치는 중국 관영 매체와 일부 학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기업을 중국의 블랙 리스트인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에 포함시키고, 애플 제품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전체 제품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제품 생산 공정이나 출하를 지연시키는 조치만으로도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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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각에도 “애플은 피해 아니라 수해 입을 것”
하지만 실제로 중국 정부가 ‘이에는 이’ 전략으로 애플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와 외교 소식통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단 얻는 것에 비해 잃는 것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중국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 내 IT 관련 산업에서 애플 공급망(부품업체)이 차지하는 비중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내 직간접적으로 애플 밸류 체인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무려 4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애플을 제재할 경우 고용과 관련산 업군에 초래되는 악영향은 고스란히 중국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실제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거래 금치 조치를 처음으로 발표한 지난해 5월에도 애플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왔으나, 현실화 되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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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물론 中 업체도 반사이익…삼성, 스마트폰엔 호재·반도체는 부담
애플이 오히려 미·중 갈등의 수혜주로 이야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글로벌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최근 1~2년새 화웨이에 2위 자리를 빼앗긴 애플로서는 가만히 있어도 시장 내 지위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화웨이를 뺀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 기업이자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 역시 유럽과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화웨이 제재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요. 스마트폰은 물론 5G 인프라 등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화웨이 위축이 호재로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또 다른 한 축인 반도체 사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큰 고객인 화웨이에 수출을 하지 못 할 수 있는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견제 대상이 될 수 있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