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거복지 실태]③‘박봉에 고액 월세’ 삶이 힘든 청년세대

"목돈 없어 반지하 습기·바퀴벌레 집에 살아"
인천청년 13% 월셋집…매달 40만원 부담
청년 대상 '공공주택' 부족 "맞춤형지원 필요"
  • 등록 2020-04-24 오전 7:44:13

    수정 2020-04-24 오전 7:44:13

이데일리는 인천지역의 주거복지 실태와 개선 방향을 5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인천은 면적의 90% 가량이 원도심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이러한 여건에서 아동, 노인, 청년 등 사회적약자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지자체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편집자 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주상복합아파트,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이 밀집해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은 주거문제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지난 2018년 4월 타 지역에서 인천으로 직장을 옮긴 박모씨(35·여)는 현재까지 2년 가량 인천 남동구 구월동 월셋집에서 살고 있다.

박씨가 구월동에서 처음 거주한 집은 무보증에 월세 45만원짜리였다. 다세대주택 반지하 형태인 이 집은 20㎡ 안팎 규모의 원룸이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습기가 많고 바퀴벌레가 자주 나타났다. 방음이 열악해 밤에는 옆집 아저씨가 코 고는 소리가 들리고 위층 화장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까지 전해졌다. 방에 있는 창문은 외부인이 떼어내 쉽게 침입할 수 있을 것 같아 항상 걱정됐다.

박씨는 여성 혼자 이러한 집에 사는 것이 불안해 같은해 10월 주변의 지상 4층 원룸으로 이사했고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 집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7만원인 이른바 ‘반전세’(보증금+월세) 형태이다. 여기에 매달 각종 공과금으로 10여만원을 더 낸다. 습기는 줄었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방음이 열악하고 건물 1층 앞에서 행인들이 피우는 담배 냄새가 올라와 박씨는 방의 창문을 열지 않고 지낸다.

박씨는 “2018년 지방에서 급하게 직장을 옮기면서 월셋집에 살게 됐는데 방값이 비싸고 시설은 열악해 삶의 질이 떨어졌다”며 “월세 부담을 피하려고 전셋집을 몇 차례 알아봤지만 구월동에서는 찾지 못했다. 대부분이 반전세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웃에 사는 20대 여성들에게 물어보니 미용실,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일부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40만~50만원대의 비싼 월세를 내고 열악한 원룸에서 지내거나 고시원을 찾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 초년생들이 한 달에 2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이중 4분의 1정도를 주거비로 내면 저축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나를 포함해 아직 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며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월세 지원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청년 13.9%, 매달 거주비 40만원 지출 ‘고충’

인천지역 청년의 13.9%가 매달 40만원의 임차료를 내고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가 지난해 7~8월 인천지역 만 19~39세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13.9%(279명)는 월세·반전세 형태로 거주하고 월 평균 40만8000원의 임차료를 낸다고 답했다. 반전세 임차인이 12%(241명)이고 월세는 1.9%(38명)였다.

청년들이 거주하는 반전세 집의 보증금은 평균 2800만원이고 월세는 40만5200원이었다. 보증금 없는 월셋집의 임차료는 월 평균 42만6300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1인 가구는 12.7%(253명)였고 85.3%(1747명)는 가족과 동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청년 중 다세대주택·연립주택 거주자는 38.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아파트 27.4%, 오피스텔 23.7%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75.1%(1503명)는 행복주택에 거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시세보다 낮은 월세가 61.2%로 1순위였고 다음으로 보증금 인상 없음 15.4%, 거주기간 보장 14.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63.2%는 취업자였고 18.4%는 미취업자, 18.4%는 학생(대학·대학원 등)이었다. 한편 인천은 올 2월 기준으로 전체 인구 295만4900명 가운데 만 19~39세인 청년은 85만8500명(29%)이다.

청년노동단체인 인천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인천지역 청년들은 주거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직장 출퇴근 등의 이유로 부모집에서 독립하려고 해도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다보니 비싼 월셋집에서 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위한 공공임대주택 ‘역부족’

정부가 전국적으로 청년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청년이 가구주인 경우는 13만1885가구(1인 가구 5만1238곳 포함)이고 이중 최저주거미달 주택, 비주택 등에 사는 주거빈곤층은 1만7530가구(13.2%)로 집계됐다.

또 인천시의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청년 월셋집 거주자 비율 13.9%를 실제 인구(청년 85만여명)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1만여명이 월셋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인천에서 청년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중 행복주택은 지난해 말까지 2859호(LH 물량)가 공급됐고 매입임대주택은 328호(LH 119호·인천도시공사 159호)가 조성됐다. 신혼부부 대상의 행복주택과 매입임대주택은 각각 1405호(LH), 2304호(LH 2258호·인천도시공사 46호) 공급됐다. 이를 모두 합하면 6896호로 주거빈곤 청년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

인천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인천에 공공임대주택 2만호를 공급할 계획인데 이중 청년·신혼부부 대상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국토부와의 협의를 통해 시행한다”며 “정확한 청년 대상 물량은 LH와 인천도시공사에 자료를 요청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올해 청년 1인가구 월셋집 400곳에 매달 10만원씩 월세를 지원하는 사업을 개시하고 LH와 함께 청년 대상 매입임대주택 100호를 추가 공급할 것”이라며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H 관계자는 “인천은 올해 검단에 행복주택 1948가구를 공급한다. 이중 80%가 청년·신혼부부 대상이다”며 “전세임대는 매년 청년·신혼부부 대상으로 1500건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신혼부부 대상 물량을 점차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현재 인천에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은 청년 주거빈곤층을 지원하기에 부족하다”며 “공공임대주택을 우선적으로 주거빈곤 가구에 공급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시는 청년 주거빈곤층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청년 수요에 맞춰 지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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