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불매운동 40일]`캠페인처럼, 놀이처럼`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

커뮤니티·SNS 통해 퍼져 나간 불매운동 문화
오프라인에서도 불매운동 밝히는 사람도 생겨
전문가 "문화가 불매운동 장기화의 기틀 돼"
경우에 따라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 등록 2019-08-12 오전 6:17:00

    수정 2019-08-12 오전 6:17:00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서 비롯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관리상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대외 요인이 국민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과 함께 인터넷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캠페인, 놀이처럼 자리 잡은 소비문화가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니클로 매장 사진 올리고, ABC마트 고객추이 묻고

지난달 불매운동이 본격 시작되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텅 빈 ‘유니클로’ 매장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처음 한두 군데 매장 사진에서 출발한 매장 사진 공유 게시물은 약 한 달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각 커뮤니티 회원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찍어 올린 사진들을 보며 전국 각지 유니클로 매장 운영 상황을 공유한다. 사진을 보면서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불매운동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불매운동 참여를 서로 독려하기도 한다.

유튜버들도 불매운동 분위기에 맞춰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개인 제작자들은 무인양품, ABC마트 등 일본 기업 매장에 들어가 손님이 있는지 샅샅이 살피며 매장 직원들에게 손님 추세에 대해 물어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내놓는다. 조회 수가 최대 100만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불매운동 분위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1번가, 쿠팡 등 쇼핑 사이트엔 ‘NO JAPAN’ 로고가 박힌 상품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티셔츠에 이어 차량용 스티커, 휴대전화 케이스까지 제품 구성도 다양하다. ‘NO JAPAN’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 관계자는 “불매운동과 관련된 제품이 많이 팔리는 건 아니지만 한 달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차량 뒤편 유리창에 ‘NO JAPAN’ 스티커를 붙인 김상진(34)씨는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면서 “스티커를 붙인 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국내 일본 기업 매장의 현황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 (사진=유튜브 갈무리)


놀이문화 처럼 자리잡은 불매운동…효과도 커져

놀이처럼 자리 잡은 불매운동 분위기는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 감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국내 한 백화점에선 지난 달 매장에 입점한 유니클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인양품’ 오프라인 매장 매출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준 유니클로 모바일 앱 7월 사용자 수는 상반기 평균치보다 28% 줄었다.

전문가들은 대중들이 불매운동을 하나의 캠페인 또는 놀이처럼 접하면서 장기적으로 동력을 꾸준히 얻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나 SNS 활동을 통해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서 “현재의 불매운동 문화도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하나의 문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뮤니티나 SNS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불매운동을 계속해서 전파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확산력이 커지면서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는 기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불매운동 분위기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자칫 강요로 느껴질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불매운동 초기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SNS를 들어가 악플을 남기는 일도 있었고, 최근엔 유니클로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조롱하는 이른바 `유파라치(유니클로+파파라치)`들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온라인 불매운동 문화를 순수하게 운동을 확산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건 옳지 않다”며 “불매운동 문화가 순수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문화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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