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문재인에 등돌린 20대 남성층, 그들의 이야기

지지율 46.5%로 역대 최저…20대·남성층 지지 하락 주도
잇딴 젠더 관련 이슈에 반감…"적어도 역차별은 없어야"
경제정책 실망감도…"일자리 부족한데 현안 신경 안써"
"기존 정권과 차별화 못해" 지적도 뼈 아파
  • 등록 2018-12-21 오전 8:05:55

    수정 2018-12-21 오전 8:05:55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현황. (사진=리얼미터)


[이데일리 사건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특히 비정규직 양산과 실업 등 일자리에 대한 불만과 국내 현안을 등한시 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한 청년층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잇딴 젠더(성별) 관련 이슈까지 가세하며 20대 남성들이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17~19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12월 3주차)를 조사한 결과 지지율은 전주대비 2%포인트 내린 46.5%를 기록했다. 11월 4주차에 기록했던 지지율 최저치(48.4%)를 1.9%포인트 경신하고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20대와 학생 지지율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20대의 지지율은 46.8%로 전주(51.3%)대비 4.5%포인트 떨어졌다. 학생의 지지율은 37.5%로 전주(52.8%)대비 15.3%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29.4%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았고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취임초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낮아진 셈이다.

대학교 졸업반인 강모(27·남)씨는 “최근 학교 성적이나 취업률 등에서 여성들이 더 뛰어난데도 현 정부 들어 고용이나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남성을 위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역차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이같은 젊은 남성들의 정서에는 최근 나왔던 여러 젠더 관련 이슈들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얼미터는 “이는 성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도 논란, 여성폭력과 여성차별 문제에 대한 정부·사회적 해결 과정과 일자리 등 경제사회적 상황이 악화하는 과정에서 젊은 남성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피해 의식, 소외감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9일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여당에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현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성별 갈등, 소통부족, 양심적 병역거부, 일자리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건물임대업을 하는 김모(38·남)씨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보다 비핵화 선언 등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방문 여부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며 “근시안적인 경제 정책에도 실망했다. 부동산 규제하겠다고 임대업자들의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입대업자가 많아졌다. 이 여파로 부동산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져 집값을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계속된 적폐 청산과 북한 문제에 천착하는 현 정부의 행보에도 실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취업준비생인 오모(29·남)씨는 “문 대통령의 취임 초반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전 정권과 다르다 느꼈는데 임기 2년 차인 지금은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적폐청산의 행보에도 피로감을 느낀다”며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고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적폐청산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양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직장인 김모(29·남)씨는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너무 컸다는 데 원인이 있는 것 같다”며 “보수정권 10년 동안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바랐던 점이 많았을 텐데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충족하기 어려우니 지지율이 조금씩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비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첩보보고서 유출과 잇따른 민간인 사찰 주장 인터뷰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젊은 여성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그 역시 조금씩 주춤거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여성들의 불만에도 문 대통령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입사 2년차 직장인 공모(28·여)씨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촛불집회를 통해서 당선된 대통령이라서 전보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덜 펼칠 것 같아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그러나 근무제도를 포함한 노동분야에서 큰 변화가 안 보여 실망이 컸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한 여대에 다니는 박모(22·여)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화력발전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것만 봐도 나아진 게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1년 반이 지금 좋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입사 6년차 직장인 이모(32·여)씨는 “내년에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어 저출산 정책을 꾸준히 보고 있는데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출산장려금 250만원 지급도 무산됐다”며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직장 어린이집을 많이 늘리거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등하원 시간을 여유있게 조정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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