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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사건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특히 비정규직 양산과 실업 등 일자리에 대한 불만과 국내 현안을 등한시 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한 청년층이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잇딴 젠더(성별) 관련 이슈까지 가세하며 20대 남성들이 지지층에서 이탈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2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의 의뢰로 지난 17~19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12월 3주차)를 조사한 결과 지지율은 전주대비 2%포인트 내린 46.5%를 기록했다. 11월 4주차에 기록했던 지지율 최저치(48.4%)를 1.9%포인트 경신하고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20대와 학생 지지율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20대의 지지율은 46.8%로 전주(51.3%)대비 4.5%포인트 떨어졌다. 학생의 지지율은 37.5%로 전주(52.8%)대비 15.3%포인트나 하락했다. 특히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발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조사에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29.4%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낮았고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38%에 불과했다. 취임초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낮아진 셈이다.
대학교 졸업반인 강모(27·남)씨는 “최근 학교 성적이나 취업률 등에서 여성들이 더 뛰어난데도 현 정부 들어 고용이나 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책들만 쏟아내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남성을 위하는 것까진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역차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9일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여당에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현상을 굉장히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성별 갈등, 소통부족, 양심적 병역거부, 일자리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 군포에서 건물임대업을 하는 김모(38·남)씨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보다 비핵화 선언 등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 방문 여부에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며 “근시안적인 경제 정책에도 실망했다. 부동산 규제하겠다고 임대업자들의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입대업자가 많아졌다. 이 여파로 부동산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져 집값을 낮추려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계속된 적폐 청산과 북한 문제에 천착하는 현 정부의 행보에도 실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취업준비생인 오모(29·남)씨는 “문 대통령의 취임 초반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전 정권과 다르다 느꼈는데 임기 2년 차인 지금은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적폐청산의 행보에도 피로감을 느낀다”며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고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적폐청산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인양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젊은 여성층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그 역시 조금씩 주춤거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젊은 여성들의 불만에도 문 대통령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입사 2년차 직장인 공모(28·여)씨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촛불집회를 통해서 당선된 대통령이라서 전보다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을 덜 펼칠 것 같아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며 “그러나 근무제도를 포함한 노동분야에서 큰 변화가 안 보여 실망이 컸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한 여대에 다니는 박모(22·여)씨는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화력발전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것만 봐도 나아진 게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1년 반이 지금 좋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입사 6년차 직장인 이모(32·여)씨는 “내년에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어 저출산 정책을 꾸준히 보고 있는데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출산장려금 250만원 지급도 무산됐다”며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직장 어린이집을 많이 늘리거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등하원 시간을 여유있게 조정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