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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구속되면 임원들이 업체 차려 사기행각
단군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 조씨는 2004년 대구에서 (주)BMC라는 회사를 설립해 의료기렌털 사업으로 포장한 유사수신 사기행각을 시작했다. 피해자가 속출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조씨는 이듬해 (주)엘틴, 2006년에는 (주)벤스, 2007년에는 다시 (주)벤스를 (주)씨엔으로 간판을 바꿔달며 범죄를 이어갔다.
이들 회사의 임원들은 처벌을 받아도 그때뿐 다시 회장과 부회장 등 직함을 바꿔달고 동일한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이어갔다.
조희팔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조희팔 사건은 약 7만명으로부터 5조 715억원 끌어모았으며 약 2900억원의 범죄수익을 올렸다.
7년 뒤 터진 IDS홀딩스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제2의 조희팔로 불린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FX마진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꾀어 1만 207명으로부터 1조 96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15년형을 받았다.
우두머리 아래서 투자자 모집을 담당한 중간간부들은 대부분 법망을 빠져나갔다.IDS홀딩스 사건 당시 김 대표 밑에서 국내 지점을 관할하며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IDS홀딩스 관리이사 겸 지점장 남모(46)씨 등 15명 전원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2015년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가 약 7000억 원의 불법투자금을 모집했다가 적발된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때도 기소된 것은 이 대표 뿐이었다. 임원과 중간모집책들 중 일부가 에이치에이(HnA)파트너스라는 유사수신업체를 차렸다가 현재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회사가 와해되자 일부 직원들은 T매니지먼트라는 또다른 유사수신업체를 설립했다.
서울시내 A경찰서 수사과장은 “범죄의 가담정도를 보면 주범(대표자)은 구속되고 나머지(중간모집책)는 불구속되는 게 보통”이라며 “범죄의 가담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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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모호한 범죄 특성 탓에 기소율 또한 낮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6월까지 유사수신법 위반 혐의로 처리된 6968건 가운데 1145건(16.4%)만 재판에 넘겨졌다. 494건(7.1%)은 약식기소, 2199건(31.6%)는 불기소처분됐다. 같은기간 대법원 역시 유사수신 혐의로 1273명에 대한 형을 선고했지만 실형선고 비율은 224명(17.6%)에 불과했다. 집행유예가 505명(39.7%)으로 실형판결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유사수신행위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이 어려운 점도 재범을 부르는 요소다. 추징대상이 되는 재산은 실제 추적이나 발견하기 어려워 실제 몰수는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회에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사수신행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민병두 의원안은 가중처벌 조항을 신설해 수수액이 5억원 이상일 경우 특경가법의 사기죄(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나 5년 이상 징역’, 5억~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수준으로 형량을 높이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울시내 B경찰서 수사과장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범죄 예방효과가 있다”며 “범죄를 저질러도 일부만 처벌받으면 아무리 처벌 수위를 높여도 똑같은 범죄를 반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