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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일부 사실을 왜곡 과장해서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
대선의 계절이 본격화했습니다. 10일 기준으로 정확하게 D-29일입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검증이 절실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비선실세 검증에 실패하면서 4년 뒤에 혹독한 수업료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러나 후보 검증을 명분으로 이뤄지는 최근 네거티브는 막장 그 자체입니다. 특히 문재인 대세론 붕괴와 ‘문재인 vs 안철수’ 초박빙 양강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네거티브는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한심합니다. 난데없이 조폭 연계설이 나오고 3을 ‘three(쓰리)’로 읽을 것인지 ‘삼’으로 읽을 것인지를 다투고 있습니다. 배신자 vs 무자격자 프레임의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네거티브 역시 유치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대선후보 검증과 네거티브는 사실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두부 자르듯이 똑 부러지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검증과 네거티브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정당한 후보 검증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저질 막장 네거티브입니다. 검증과 네거티브의 구분은 사실 아전인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내가 하면 정당한 검증이지만 남이 하면 저질 네거티브입니다.
어차피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 촉발된 비정상적인 대선입니다. 촉박한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정책대결은 쉽지 않습니다. 네거티브의 유혹은 정말 달콤합니다. 라이벌 후보에게 조금만 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우면 내가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묻고 싶습니다. 추운 겨울 박근혜 하야와 퇴진을 촉구했던 촛불민심이 원했던 게 바로 네거티브일까요? 네거티브는 과정이나 절차가 어찌됐건 일단 승리하고 보자는 후진국형 선거운동입니다. 5월 9일까지 남은 4주간의 시간은 정책경쟁을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개헌·연정과 협치 등 생산적 정치문화, 성장동력 확보와 4차 산업혁명 대비, 가계부채 관리,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복원, 사드배치 논란과 중국의 경제보복, 한일 위안부 합의 논란 등. 대선후보들이 다뤄야 할 숙제들은 산더미 같습니다. 저질 네거티브는 촛불민심에 대한 모독입니다. 국민들의 한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가 막장 저질 네거티브 보려고 그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었을까라는 자괴감이 든다.”
한심하고 한심한 네거티브…“조폭은 왜 나오고 삼디 발음이 왜 문제되나”
네거티브와 관련해 가장 한심한 모습은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공방입니다. 만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가 없었다면 차기 대선은 오는 12월에 열렸을 것입니다. 대선구도는 반기문 vs 문재인 vs 안철수의 3자구도로 짜여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만일 반기문이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라는 슬로건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면 문재인·안철수는 2012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또 한 번 단일화 압력에 시달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근혜는 파면되고 반기문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대선구도는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구도로 재편됐습니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네거티브는 바로 삼디프린터 및 조폭 연계설 논란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말했던 “코미디야 코미디”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왜 이런 식의 유치한 네거티브까지 나오는지 참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질 논쟁입니다.
‘3D 프리터’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사람이 ‘쓰리디 프린터’라고 발음합니다. ‘삼디 프린터’는 웃고 넘어가면 됩니다. 비아냥성 네거티브 소재로 삼아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해프닝성 실수에 죽자고 달려는 꼴입니다. 만일 ‘삼디’가 안된다면 힘들고 어려운 직업을 뜻하는 3D(삼디) 업종, F16(에프십육) 전투기, M16(엠십육) 소총도 발음을 다 바꿔야 하나요. 남산타워는 남산탑으로, 에펠탑은 에펠타워로 정정해야 할까요?
조폭연계설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언제 어디를 가든 지지자들의 사진요청에 시달립니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요구하면 반가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게 됩니다. 혹시 나중에 문제될까봐 일부러 신분증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대선후보는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물론 사진을 함께 찍었던 사람 중에는 의도지 않게 범죄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후보가 정권을 잡기 위해 조폭과도 손잡은 것이냐고 비꼬는 건 금도를 벗어난 공세일 뿐입니다.
“보수는 벌써 망했는데….” 홍준표 vs 유승민, 배신자·막말 무자격자 공방 지속
두 후보는 보수의 재건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담론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흙탕 네거티브입니다. 홍준표 캠프는 문재인·안철수와 싸우지 않고 유승민만을 때립니다. 유승민 캠프 역시 문재인·안철수보다는 홍준표를 향한 공세에 치중합니다. 지지율 때문입니다. 다자구도에서 35%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안철수는 언감생심입니다. 홍준표는 문재인·안철수 지지율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유승민은 더 참담합니다.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보수적통 경쟁에서 먼저 승리해야 한다는 사고입니다. 홍준표·유승민의 네거티브 경쟁을 보면 대선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대선 이후 보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투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홍준표 캠프는 연일 유승민을 배신자 프레임에 가둬놓고 2012년 대선에서 먹튀 논란을 일으킨 제2의 이정희가 될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유승민 캠프 역시 홍준표는 대선출마 자격이 없다며 감옥에나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후보 모두 상대방의 공약이나 정책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입니다.
‘민심은 천심’…‘노벨평화상 거론’ 촛불민심은 네거티브를 거부한다
민심(民心)은 흔히 천심(天心)이라고 합니다. 정치인들이 흔히 즐겨쓰는 표현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군자주야(君者舟也) 서인자수야(庶人者水也) 수즉재주(水則載舟) 수즉복주(水則覆舟)” 임금은 배와 같은 존재이고 백성은 바다와 같은 존재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뒤엎기도 한다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과 파면이 이를 그대로 증명합니다.
2012년 12월 19일 박근혜는 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이 됩니다. 87년 대선 이후 유일무이한 첫 과반 대통령입니다. 득표율 51.55%, 득표수 1577만3128표라는 전인미답의 성적표를 거둡니다. 그러나 주권자 국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서 대통령 파면을 이끌었습니다. 탄핵역풍을 우려해서 머뭇거렸던 정치권도 마지못해 촛불민심의 요구를 따랐을 뿐입니다. 헌법이 정한 합법적 절차에 따라 최고지도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국민은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찾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촛불민심은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입니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대개는 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촛불혁명을 완수한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의식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기고 보자며 네거티브에 전략을 올인하는 대선후보를 선택할 리는 없습니다. 참고로 유력 주자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 모두는 “누구는 절대 안된다”는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적이 없습니다. 나름의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내가 적임자라는 긍정의 프레임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네거티브의 유혹을 먼저 떨치는 자가 승자입니다. 그게 바로 대권으로 가는 보다 분명한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