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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우건설은 수주 조건으로 제시한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두고 요즘 딜레마에 빠졌다. 앞서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인근 과천주공7-1단지 재건축조합이 “왜 우리 단지에는 ‘써밋’ 브랜드를 달지 않느냐”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규갑 과천주공7-1단지 재건축조합장은 “단지 위치나 규모면에서 주공1단지와 별로 차이가 없는 만큼 우리 단지에도 써밋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다른 새로운 상위 브랜드를 달아야 한다”며 “이달 초 대우건설에 이 같은 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대결장된 재건축 수주시장
대우건설(047040)이 시공권을 따낸 과천주공1단지는 이전 시공사였던 포스코건설이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갈등을 겪다가 결국 시공사 교체로 재입찰이 이뤄진 단지다. 대우건설은 자칫 프리미엄 브랜드 문제로 갈등이 확산하면 조합 측이 시공사 변경 카드까지 꺼내지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7-1단지와 시공사 계약을 맺은 시점이 다르고 써밋 브랜드를 붙이게 되면 마감재 등 내부설계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어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조합과 협의해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천은 서울 강남권 못지않게 대형 건설사들이 재건축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지역이다.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사업성도 좋다는 점에서 다른 건설사들도 과천 재건축 수주전에서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천에서는 향후 몇 년 간 1만 가구 이상 재건축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라며 “건설사들이 앞다퉈 최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분양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반분양가 상승 부채질하나
하지만 최고급 브랜드 경쟁이 자칫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급 브랜드는 일반아파트에 비해 값비싼 자재와 인테리어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평균의 110%를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과천지역의 3.3㎡당 3000만원대 분양가 시대는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급 브랜드 경쟁이 주택 수요자를 현혹하기 위한 마케팅 ‘꼼수’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우건설이 써밋 브랜드로 짓겠다는 과천주공1단지에 제시한 공사비는 3.3㎡당 440만원으로 인근 7-1단지 공사비(3.3㎡당 433만원)와 불과 7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고급 브랜드 아파트 경쟁이 자칫 인근 지역까지 분양가를 동반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을 앞둔 과천 신규 아파트 일반분양가가 3.3㎡당 3000만원대로 책정될 지 여부는 조합 측이 분양성과 수익성 가운데 어느 쪽을 우선할 지 여부에 달렸다”며 “과천주공1단지의 경우 대우건설이 미분양이 생기면 3.3㎡당 3147만원에 해당 물량을 사들이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고급 브랜드를 내세우며 지난해 분양 단지보다 20% 이상 뛴 분양가를 제시한 과천주공1단지가 향후 과천 재건축 단지나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기폭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