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2017]"지폐 내니 눈총"…中, 10년 내 현금 없는 사회된다

모바일 시대 개막과 중상층 부상
신용카드 뛰어넘어 폰 결제 정착
휴대폰 이용자 65% 온라인 지불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급성장세
"이르면 5년 내 전자결제 국가로"
  • 등록 2017-03-20 오전 6:00:00

    수정 2017-03-20 오전 9:55:09

중국 베이징의 한 시민이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는 ‘이카통’으로 버스 요금을 결제하고 있다.(출처=바이두)
[베이징=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회사원 멍톈(27세) 씨는 지갑 없이 다닌 지 이미 오래다. 처음에는 신용카드만 들고 외출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대중교통카드인 ‘이카통’으로 지하철을 타고 식사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중국판 카카오톡)로 결제한다. 월세도 스마트폰 은행 계좌이체를 이용한다. 40대 주부 판허린 씨는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니지만 실제로 쓸 일은 거의 없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도 알리페이로 결제한다. 모바일 택시 예약 앱을 이용해 택시를 탈 계획이었으나 막히는 시간이라 때마침 지나가는 빈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비는 알리페이 QR코드를 통해 결제했다.

중국이 핀테크의 핵심 서비스로 불리는 전자결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결제 수단으로 전자결제가 자리 잡으면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3일 북경청년보는 보도를 통해 “최근 설문조사에서 네티즌의 70%가 현금이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중국의 금융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됐고 전자결제시장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실제로 지난해 말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 조사에서 중국의 결제서비스 시장 규모는 전년도의 배에 달하는 38조 위안(약 6312조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1120억 달러의 50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중국 모바일 결제 비중은 86%로 세계 평균 43%의 배에 달한다. 금융클라우드 기반 뱅킹 시스템도 구축됐다. 개인 간(P2P) 대출 시장 규모도 단기간에 급성장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한·중 양국이 첨예한 정치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음에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과의 협력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中, 결제서비스시장 규모 6300조원

요즘 중국 베이징의 패스트푸드 점이나 편의점에서 신용카드나 현금을 내밀었다가는 눈총받기 십상이다. 중국인의 상당수가 결제할 때 핸드폰의 QR코드를 이용하는데 현금을 내면 상대적으로 잔돈을 거슬러 줄 준비가 안 돼 있어서다.

택시비 등의 QR코드 결제는 상식이 됐다. 결제뿐 아니라 우버 택시인 ‘디디따처’ 같은 서비스도 이미 일반화됐다. 스마트폰 하나면 대부분의 생활이 가능하다. 이처럼 중국에서 전자결제가 빠르게 보편화하고 시장이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후발주자의 비교우위와 제3자 결제업체의 비약적 발전 덕분이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 막강한 제3자 결제업체가 등장해 다양한 분야로 범위를 확대한 것도 전자결제의 빠른 발전을 이끌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덕에 중국 이동통신 이용자의 65%인 4억2500만명이 온라인 결제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200만여개의 식당과 마트, 편의점에서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으며 80만개 이상의 주차장, 2만개 이상의 주유소에서 알리페이 QR코드 결제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이데일리 국제금융컨퍼런스(IFC)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리다오쿠이(李稻葵)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겸 칭화대 중국·국제경제연구센터 주임(교수)은 “4차 산업혁명이 중국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산업은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만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 같은 상황이 중국의 새로운 핀테크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연자로 나서는 뚜펑(杜朋) 치디홀딩스 부총재 겸 칭화창업원장은 “중국에 7억명이 넘는 네티즌이 있고 전자결제가 네티즌의 일상적 소비방식으로 자리잡았다”며 “현금 없는 결제방식이 주류로 확실히 정착하는 데 5~10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위한 QR코드를 걸어두고 모바일 결제를 받는다.(출처=바이두)
◇열악한 금융환경이 핀테크 키워


10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은 중국 전자상거래를 이야기할 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부정적으로 봤다. 신용카드 보급이 어렵고 물류가 복잡해 전자상거래 활성화가 어렵다는 거다.

중국은 신용카드 대신 은행 계좌를 핸드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핀테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중국 중산층의 등장이 시기적으로 겹친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 다른 선진국들이 현금에서 카드로 다시 온라인 결제로 발전했지만 중국은 카드 단계를 건너뛴 것이다. 인터넷 보급률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 접하는 환경도 한몫했다. 수시로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듯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중국에서 금융산업이 4차 산업혁명과 원활히 융합된 것은 무엇보다 느슨한 규제 덕이 컸다는 분석이다.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허용하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규정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유도했다.

하지만 중국정부의 손쉬운 경제 통제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두 결제시스템만으로도 중국 경제의 모든 통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에 빅데이터를 결합하면 거시나 미시경제도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다.

쏭쯔지 알리바바클라우드 북아시아 사장은 “정부의 인프라 제공뿐 아니라 건강한 발전과 질서있는 경쟁을 이끌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하다”며 “결제업체의 시장 확대와 영향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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