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과잉 우려에 대출규제 강화, 고분양가 등으로 지난해 말 미분양 물량은 6만 가구로 늘었다. 작년 가을 분양한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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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6만 151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해 8월 미분양 물량(3만 1698가구)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작년 10월부터는 매달 1만 가구 이상씩 늘었다. 또 2013년 12월(6만 1091가구) 이후 다시 미분양 6만 가구대로 증가했다.
정부는 미분양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작년 가을 공급물량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통상 분양 물량이 늘면 미분양도 늘게 돼 있다. 작년은 분양시장 호조세가 이어진 한해였다. 이로 인해 건설사들이 무더기 밀어내기 분양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10월에는 8만 4000여 가구, 11월 7만 3000여 가구가 분양돼 2008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공급량 1·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물량이 쏟아졌다.
그러나 공급과잉 만이 미분양 물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다. 규모가 3000가구를 넘는 대단지 분양 사업장이 몇 군데 있었고,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해를 넘기기 전 분양하려는 건설 업체들의 움직임도 미분양 증가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발표된 정부의 대출심사 강화 방안이 수요자들 구매심리를 꺾어놨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미분양을 늘게 한 결정적 원인을 정부가 제공한 셈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분양가격도 미분양을 늘게 하는 데 한몫했다. 분양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상실 여파가 컸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격이 비싸도 분양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서울 강남권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했다. 작년 말 분양된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4240만원이었다. 이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에 들어서는 데다 분양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재 5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단지는 총 829가구로 구성되며 일반분양 물량은 257가구다. 작년 10월 공급돼 3.3㎡당 평균 분양가 4000만원을 넘긴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아파트도 일반분양 물량 201가구 중 2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달 전국 분양물량은 1만 가구 내외로 추정돼 미분양 증가폭은 줄겠지만 재고물량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구정 이후 4월 총선 전까지 전국에 6만 5000여 가구가 쏟아질 것이라는 한 부동산 리서치 업체의 전망도 나와 미분양이 다시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인·허가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다만 대출 등 규제 강화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제도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건설사들도 미분양을 줄이는 자체 노력을 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수요자 혜택을 늘리고, 건설사들은 자체 공급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미분양 예방은 물론, 주택경기의 불씨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