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책없이 날뛰는 일본

  • 등록 2012-08-17 오전 9:10:00

    수정 2012-08-17 오전 9:10:00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우경화 행보를 가속하던 일본이 이제는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광복절이자 일본으로서는 종전 67주년 기념일(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지난 15일 각료 2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현직 관료가 종전 기념일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3년 전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작년 9월 취임하면서 “총리와 각료는 공식적으로 참배하지 않는다”고 표명했고 종전 기념일을 불과 닷새 앞두고도 각료들에게 참배를 자제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는 정부 책임자인 총리를 무시한 것이자 54년 만에 역사적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이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후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 발언 등 외교적 공세가 계속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방문 시기와 의도 및 외교적 득실 면에서 논란은 있으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국 영토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를 두고 옆 나라가 길길이 날뛰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일본 각료들이 과거 주변국의 평화를 짓밟으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죄의 역사를 반성하기는 커녕 전범을 신격화한 곳을 다녀간 것은 뻔뻔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불량배가 아무거나 트집 잡아 오기를 부리는 것처럼 보기 거북하다.

일본 우경화는 한술 더 떠 반한 감정까지 자극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5일 뜬금없이 ‘한류 열풍이 일본을 강타한 가운데 불법으로 일본에 체류하는 한국인 호스트가 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크게 다뤘다. 신문은 오사카 지역 경찰이 지난 10년간 한국인 남성 접대부 482명을 적발했고 그중 93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이 깔끔한 외모로 여성 손님에게 웃음을 팔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류 열풍을 이용해 편하게 돈을 벌려고 넘어오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을 부각했는데 한국인의 실상은 이 정도라며 깎아내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은 경제 분야로까지 옮겨가고 있다. 이날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한일 통화스왑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시사했고, 일본의 한 신용카드 대기업은 한국 카드사와 제휴하기로 한 한국 여행자용 선불카드 발행 시기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이 위태로운 자국 경제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지금같은 대책 없는 움직임은 재고해 봐야 한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다 저출산 고령화로 산업 전반에 활력이 떨어진 지 오래다. 엔고의 장기화로 산업 공동화가 심화하고 있다. 대지진 여파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화력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한국과 손잡고 공동 조달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며 경제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스스로를 고립시키려 한다. 예전같이 오만하게 굴면서 주변국을 압박할 처지가 아니라 자기 앞가림을 잘 해야 할 때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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