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 재정위기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며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헤지펀드 거물들 간의 명암도 극명히 엇갈려 눈길을 끌고 있다.
| ▲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대표(출처:WS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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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폭락장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탁월한 투자감각을 뽐낸 대표적 인물은 대형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수장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는 최근 2주 새 35억달러에 달하는 돈을 끌어모아 5%의 수익률을 올렸다. 총 자산규모가 710억달러에 달하는 브리지워터는 올 들어서만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괄목할 만한 수준. 앞서 금과 국채,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에 대거 투자한 것이 시장 불안 속에서 톡톡한 효과를 가져왔다.
브루스 코브너의 캑스턴 어소시에이츠와 앨런 하워드의 브레번 하워드 자산운용도 이달 들어 각각 2.6%와 3%의 수익률을 거두며 선방했다. 금과 채권에 대한 비중을 높게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반면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존 폴슨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죽을 쒔다. 폴슨이 관리하는 펀드의 미결제약정 가치 손실은 이달 들어서만 15억달러로, 올 들어 그의 대표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 31%다. 그가 운용 중인 펀드는 8월 첫 주에만 10%의 손실을 냈다. 이는 올해 전체 헤지펀드 업계 평균 손실이 10%를 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헤지펀드 업계의 8월 한 달간 평균 손실 역시 4%로 이래저래 폴슨은 민망한 상황이다.
| ▲ `헤지펀드의 대부` 존 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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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주택시장 몰락에 베팅,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여 업계의 질투를 샀던 그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그나마 많은 금을 보유한 탓에 손실을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폴슨의 펀드가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낸 것은 미국 경제 회복과 금융권 강세 등에 베팅했기 때문. 그러나 최근 들어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까지 불거지는 등 미국 경제 성장은 확연히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락장의 승리자가 된 달리오는 그간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와 기업들이 대출 규모를 점차 줄이는 디레버리지(차입 축소) 전략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성장을 제한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브리지워터가 보수적 포지션에 집중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금과 국채 등의 보유 비중을 늘린 덕분에 현 장세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