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 회의 등 해외 출장 강행군을 통해 한국 위상 제고와 보호 무역주의 타파에 앞장섰다. 특히 아세안+한중일 3개국 장무장관회의에선 아시아 역내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1200억달러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간 기금 조성 합의를 주도했고, 막판 걸림돌이었던 한·중·일 분담 비율을 조율하는데 리더쉽을 발휘했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여부를 둘러싼 조세행정의 신뢰상실 등 경제정책 조정자로서, 경제부처 수장으로서 한계도 드러냈다.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기업의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의료·교육부문의 선진화방안도 갈길이 멀다. 경기회복의 군불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과잉유동성에 의한 자산시장의 거품을 막기위한 정책조합을 고민해야 한다. 윤장관에게 지난 100일은 본경기를 치르기 위한 몸풀기였는지 모른다.
◇ "통했다"
윤증현 주가는 얼마인가. 지난 2월10일 취임 당시 1198.87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1400선을 넘어섰고, 한때 1600원을 넘보던 달러/원 환율은 1200원대로 안정됐다. 괄목할만한 변화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경색이 완화되고 금융기관 부실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해외시장 여건이 우호적으로 변한 덕분이다.
윤증현식 시장정책과 솔직한 화법도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직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현실에 맞게 하향조정하고 추경예산의 필요성을 솔직하게 밝혀 시장과 국회의 공감대를 얻어냈다. 지난해 경기후퇴가 한창이던 상황에서도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했던 전임 강만수 장관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대목이다.
경제부처간 입장 조율을 통해 시장에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하는데도 나름대로 성공했다. 윤 장관은 취임 직후 재정부 장관으론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을 방문, 이성태 총재에게 통화 정책 협조를 당부하는 등 전임자와는 달리 한국은행과 협력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진동수 금융위원장과도 수시로 금융·통화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 흔들린 세정 등 한계도 드러내
윤 장관은 부처간 조율을 통해 시장에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역점을 뒀다. 나름대로 성공도 거뒀다. 그러나 아쉬움도 적지않다. 자동차 세제 및 보조금 지원을 둘러싸고 지식경제부 청와대와 혼선을 빚으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민감한 이슈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법안`의 경우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당정간 의견 조율없이 밀어붙이다 정부 스스로 조세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세제실의 의욕과잉이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국회가 핵심현안인 추경심의에 집중해야할 시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양도세 문제를 들고 나와 정부가 국회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는 점에서 윤장관의 정무적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 색깔을 보여라
지난 2월 기용된 `모피아 트로이카(윤증현-윤진식-진동수)`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카드였다. 그러나 지난 석달을 돌아보면 전략적 구조조정이라는 모호한 기치 아래 기업의 환부를 도려내기 보다는 한계기업을 연명시키는데 주력한 면이 적지 않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3개월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시기였다"면서 "IMF 외환위기 당시 사용했던 구조조정 툴(Tool)을 부활시켜 여러 경우의 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별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다.
윤 장관도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 저항을 질타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의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낙관적으로 해석해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하는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민가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어낼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나가면서 풀려나간 유동성이 자산버블을 형성하지 않도록 대비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아니어도 시간이 갈수록 유동성 흡수의 적기를 둘러싼 논란은 가중될 전망. 그럴수록 경제부처 수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단기성과 요구에 호응하는 `정권수호적 정책판단`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민하는 `경제적 판단`이다.
부처간 첨예한 다툼이 재현되고 있는 한은법 개정과 금융정책 및 감독체계 개편 논의 과정에서 그의 표현대로 `백년대계`를 위한 대승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해 경제수장으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