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美경기후퇴 가능성 여전히 50% 넘어"

FT 인터뷰 "신용위기 바닥여부는 주택가격에 달려"
"집값 최대 15% 추가 하락"..호재와 악재가 줄다리기 중"
"저축급증은 위험..소비둔화로 이어질 것"
  • 등록 2008-05-27 오전 9:06:18

    수정 2008-05-27 오전 9:06:18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경기상황이 안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후퇴(recession) 가능성이 여전히 더 높다고 진단했다.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후퇴 가능성이 여전히 50%를 크게 상회하고(a greater than 50%) 있다"며 그러나 "가능성 자체는 다소 줄어들었으며 특히 심각한 경기후퇴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그린스펀 전 의장은 또 "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진단하기에는 이르다"며 "바닥을 쳤는지 여부는 주택가격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경기후퇴 가능성을 높게 본 그린스펀 전 의장의 이날 발언은 최근 상당수 전문가들이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추세와는 대조적인 것이다. 지난 6주새 고용지표와 기업활동 등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후퇴 가능성을 하향 수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집값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집값 하락은 주택보유자들의 자산 가치와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의 담보가치를 떨어뜨린다. 또한 전세계 대형 금융사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을 모두 상각 처리했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집값이 고점 대비 25% 하락한 지난 2월에 비해 10% 더 하락할 것"이라며 "경기부진과 시장과열이 동반될 경우 5%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건실한 경제지표가 미국의 경기상황 판단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음은 그린스펀 전 의장도 인정했다. 그는 "경기후퇴는 경제지표의 심각한 단절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던 지표 악화가 갑자기 호전됐다"고 말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이같은 추세를 호재와 악재가 "줄다리기(tug of war)하고 있는 상황"으로 묘사했다. 금융 부분은 경기후퇴 쪽으로 줄을 잡아당기는 반면 건실한 기업 유동성은 반대방향으로 줄을 당기고 있다는 것.

그는 "줄다리기가 어떻게 끝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특히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전이되기 전에 줄다리기가 끝날 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가계 부문의 저축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주요 위험 요소로 꼽았다. 가계자산 감소와 고용시장 악화, 신용접근성 제한 등 악재가 결합하면서 가계 부문의 저축이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것이 그린스펀 전 의장의 설명이다.

그는 "(세금 환급을 제외환) 저축율 증가는 소비자 지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라며 "2001년 경기후퇴 당시에도 매분기 소비는 증가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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