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거품 붕괴→금융위기` 위험 경고

권 부총리, "경기 나빠지고 집값 내리면 연쇄부실"
금감위 "가계대출 부실화할 가능성 언제든지 있다"
  • 등록 2006-12-07 오전 8:55:51

    수정 2006-12-07 오전 8:55:51

[이데일리 안근모기자] 정부가 주택가격 거품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당장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집값이 내리기 시작할 경우 과도하게 팽창한 가계대출 등이 부실화 되면서 그 위험이 금융시스템으로 바로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를 두고 `위험요인`이라고 순화된 표현을 쓰긴 했지만, 과거 일본이나 북유럽 3개국의 금융위기 사례를 꼽아 우려의 수위가 `위기` 수준으로 매우 높음을 시사했다. 금융회사 경영인들을 모아놓고 강연하는 자리에서다.

◇ 집값급등 → 대출급증 → 경기둔화·집값하락 → 금융 연쇄부실

권 부총리가 제시한 위기 시나리오는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현재는 집값급등과 가계대출 급증까지 진행된 단계.

권 부총리는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나 금융기관의 손실대응 능력 등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앞으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가계대출 연체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결국 가계뿐만 아니라 금융부실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을 대폭 늘려온 저축은행을 직접 지목하면서 "향후 부동산시장이 위축될 경우 1차적으로 서민금융기관의 부실이 예상되며, 이는 은행권 대출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본격화하는 정부의 거품붕괴 위험 경고

권 부총리의 경고에 앞서 박대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도 지난 5일 국정브리핑 기고를 통해 "만일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태에서 소득증가세가 둔화되고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의 부정적 요인이 잇따라 발생하게 되면 가계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특히 "급등하던 주택가격이 향후 폭락하게 돼 버블붕괴 형태로 나타난다면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지난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경험처럼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권 부총리, 일본과 북구의 거품붕괴 사례 제시

권 부총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과 외화대출 역시 시장에 작용하고 있는 불안요소로 지목했다.

권 부총리는 이같은 현상들을 "쏠림 현상(herd behavior)"이라고 지적하면서 "금융기관들의 시계(視界)가 단기적이고, 유사한 영업전략으로 동일한 분야에서 소모적 경쟁을 하기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쏠림현상으로 동일부문에 자금이 집중되면 금융기관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한계부문으로까지 자금이 흘러들어가 건전성이 떨어지고,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시스템 위험을 높인다"면서 지적했다.

권 부총리는 그러면서 다른 나라들이 겪었던 부동산 거품 붕괴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일본의 경우 저금리와 과잉유동성으로,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의 경우 경기호황과 금융자유화로 각각 지난 1980년대에 부동산 대출이 경쟁적으로 커지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으나, 이후 거품이 붕괴되면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 금융위기 예방 위해 관계기관 밀착감시 돌입

권 부총리는 주택부문에서 파생된 충격이 금융시스템 위험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하루단위, 주간단위로 밀착 감시에 나섰음을 공개했다. 재경부가 중심이 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위원회가 위험징후를 점검하고 있다는 것.

그동안 취해온 LTV와 DTI 등 대출규제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고 있는지 현장점검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아울러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각 금융기관은 영업자유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을 갖고 스스로 시장규율을 정립하고 준수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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