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손익 논쟁 `뜬구름 잡기`

가정 및 전제 따라 얼마든지 달라져
물가 영향, 유로존 비교는 무리
  • 등록 2004-09-21 오전 8:43:40

    수정 2004-09-21 오전 8:43:40

[edaily 강종구기자] 화폐 액면단위를 지금의 1000분의 1로 하고 10만원권 고액권을 도입하면 당장 비용은 얼마나 들까. 또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화폐단위 변경을 포함한 화폐게혁의 손익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단기적 비용이 화폐제조비용과 은행등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자동판매기, 기업의 각종 소프트웨어 교체비용 등을 합쳐 약 2조600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장기 경제적 효과는 5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추정금액은 한국은행 내에서조차 `봉사가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가정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다는 것. ◇ 새 화폐제조비용 2500억원?..어림잡아도 7000억~9000억원 한국은행 김두경 발권국장은 20일 "화폐단위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은 대략 2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면서도 "다만 비용과 효익은 여러가지 전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절대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당장 숫자로 나타나는 효익은 자기앞수표 발행 및 관리비 절감액인 연간 6000억원 정도이지만 이는 극히 일부"라며 "거래 및 자금이체 시간 단축, 기장의 편이성 등과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이 상당한 만큼 숫자에 집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당장 화폐단위를 1000분의 1로 낮출 경우 새로운 화폐 제조비용 2500억원은 어떻게 계산됐는 지 출처가 불분명하다. 김두경 국장은 "그건 우리(한은) 숫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한은 관계자도 "단순히 화폐발행 비용만 계산한 것이라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연간 폐기되는 은행권과 주화를 대체하기 위한 발행비용만도 1300억원에 달하며, 전체를 다 바꾼다면 어림잡아 7000억~9000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유통되는 은행권 지폐는 약 31억7614만장 정도. 1000원권 이상이 98%로 거의 전부고 1만원권이 20억장이 넘어 64%에 이른다. 제조비용은 2001~2003년 평균 1만원권 65원, 5000원권 55원, 1000원권 50원 정도고 연도별로 기복이 있다. 또 주화는 143억개 정도 되는데 이중 액면이 1000분의 1로 줄어들 경우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10원짜리 이하가 59만장에 이른다. 제조비용은 500원짜리가 75원, 100원짜리 55원, 50원짜리 40원, 10원짜리는 10원내외다. 기존에 발행된 화폐가 모두 신화폐로 교환될 경우 기존 1000원권 이상인 은행권 약 30억장이 필요하고 주화는 현재 50원짜리 이상만 새로 발행할 경우(500원과 100원권 이하 지폐도 주화로 발행 가정) 약 85억장이 필요하다. 제조단가를 60원 정도라고 치면 총 69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위폐방지 기능 등으로 제조단가가 상승할 경우 70원이면 8050억원, 80원이면 9200억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현행기준 10만원권 고액권이 도입되면 발행비용은 그만큼 추가된다. 그러나 이 역시 정확한 금액이 아니다. 기존 발행된 모든 화폐가 교환된다고 보기 어렵고 정확한 수요예측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단가도 불확실하고 필요한 장수도 모른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제조비용만 2500억원이란 숫자는 잘못 전달된 것으로 보이며, 한은이 과소평가하지는 않았다"며 "가정이나 전제에 따라 금액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숫자로 보이는 효과는 수표 관리비용 절감뿐" 또 기타 유무형 비용을 합친 총 비용은 2조6000억원 정도라고 하지만 이 역시 믿지 못할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이보다 많다고 하거나 적다고 해도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가치중립적으로 평가한 금액일 뿐이고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 또한 알쏭달쏭하다. 자기앞수표 발행비용 말고는 손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다. 직접적인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1조원, 지폐정산시간 절감이나 업무처리 간소화 등 무형비용 절감액 2조원 등을 포함 5조원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김 국장은 "일단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자기앞수표 관리비용 연간 6000억원 절감효과뿐"이라며 "이 역시 절감기간을 5년이라고 하면 총 효과가 3조원이고 10년이라면 6조원으로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만 따져도 국민 1인당 보유장수가 1만원권 40장을 포함, 60장 정도 된다"며 "화폐단위가 절하되고 고액권이 도입되면 절반인 30장 정도면 돼 단순하게 따져도 물류비용 50% 정도는 절감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살때 거래시간이 짧아지거나 자동이체가 편리해지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부분도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5조원을 밑돌수도 있고 훨씬 상회할 수도 있다. ◇ 유로존 물가압력 없었다?..해석 다를 수 있고 우리 실정과 안맞아 화폐개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경제적 부작용인 물가상승 역시 마찬가지다. 한은은 유로존 12개국이 자국통화를 버리고 유로화로 통합됐지만 그로 인한 물가상승은 미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입 첫 해 물가가 잠깐 상승했지만 그 다음해부터는 안정됐고 유로도입에 따른 영향은 0.2%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유로존의 경험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경제적 상황과 경제정책 등이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해석도 달라야 한다. 유로가 도입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로존 전체 물가는 2.1~2.4% 정도로 안정돼 보인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통제 상한선 2%를 지속적으로 넘고 있다. 각 국별로 보면 독일의 소비자물가는 99년 0.6%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1.4%로 배 이상 높아졌고 2001년에도 2.0%로 급상승했다. 당시 유럽내 경제열등생 이탈리아의 물가상승률이 99년 3.4%에서 2000년 7.7% 마이너스로 돌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ECB가 물가를 강력 통제하고 각국 정부도 경제성장을 위해 마음껏 부양책을 쓸 수 없는 것이 유로존의 사정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한국은행이나 미국 연준과 달리 물가안정을 지상 목표로 하고 있다"며 "또한 유로존은 경제통합 당시 재정적자가 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안정성장협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유로도입 직후인 2000년 3.5%를 기록했지만 2001년 1.6%로 떨어졌고 2002년 0.9%, 지난해에는 고작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0.1%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이로 인해 유로존 정부들은 안정성장 협약 완화를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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