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미래다”..친환경 탱크 클리닝·반도체 공장 짓는 SK

<기승전 ESG..어떻게>(1)
최태원 회장, 전계열사에 ESG 리스크 제거 넘어 비즈니스 모델化 주문
국내 기업중 첫 RE100 가입..최근 4년간 SKT 등 ESG 경영에 6兆 투자
작년 조직개편 통해 환경사업·거버번스委 신설..수소사업추진단 가동
바스프·BMW 등 가입한 VBA서 부의장사 맡아..글로벌 ESG 경영 선도
  • 등록 2021-02-18 오전 6:00:00

    수정 2021-02-24 오후 3:48:15

‘탄소중립’을 전제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생존하기 위해 공존을 모색해야만 하는 국내 기업들 역시 ESG 경영을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데일리는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와 공동으로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 현황을 살펴보는 연속 기획 기사를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SK(034730)인천석유화학은 버려지는 폐기물은 줄이는 동시에 원유 회수·재활용을 극대화하는 ‘친환경 탱크 클리닝(Tank Cleaning) 기술’을 작년 말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슬러지(Sludge)로부터 회수되는 원유의 양을 3배 이상 늘릴 수 있으며 일부 폐기물은 재생 연료유로 전환,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폐기물 발생량은 약 70% 저감되고 전 과정이 탱크 내에서 진행돼 냄새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SK인천석유화학 엔지니어가 개방 검사 중인 원유 탱크 앞에서 새로 개발한 친환경 탱크 클리닝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000660)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중 처음으로 지난달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SK하이닉스는 조달된 자금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8년말 극자외선(EUV) D램 공장인 M16(경기도 이천 소재) 건설 과정에서 공해 저감 등 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 확충 등을 위해 총 3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은 올해 초 글로벌 웨이퍼 업계 중 최초로 200mm 웨이퍼 제품을 포함한 전 제품이 영국 카본 트러스트(The Carbon Trust)로부터 ‘제품 탄소 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 인증을 받았다. 반도체 웨이퍼 원·부자재서부터 웨이퍼 제조 전 공정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에서 탄소 배출 절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올해 1월 웨이퍼 업계 최초로 탄소 발자국 인증을 취득한 SK실트론 웨이퍼 제품. (사진=SK실트론)
“이제는 정면 돌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10월 주요 관계사 CEO들이 모인 그룹 CEO세미나에서 앞으로 ESG 경영을 보다 공세적으로 펼쳐 나가자고 주문했다. 그동안 ESG 관련 이슈들을 적당히 대응 또는 수비하고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관리했다면 앞으로는 정면으로 부딪혀 돌파하고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직접 해결해 나가자는 의미였다.

국내 기업중 처음으로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쓰는 소비전력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에 가입한 것도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의 일환이다. 최근 4년간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096770), SK텔레콤(017670) 등 주요 계열사들이 ESG 경영을 위해 투자한 자금은 6조원을 웃돌 정도다. 작년 4월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지수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최태원 회장은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SK그룹 주요 관계사 CEO 세미나에서 ESG 경영을 보다 공세적으로 펼쳐 나가자고 주문했다. (사진=SK)
RE100에는 그룹 산하 8개사가 가입돼 있으며 글로벌 ESG 소비 트렌드인 지속가능 대체식품 사업과 리사이클링, CO2 포집·활용 영역의 신기술과 혁신적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가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에는 주요 거래관계에 있는 애플, BMW, 폭스바겐,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ESG 관리 강화 차원에서 협력사들에게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괘를 같이 한다.

실제 애플은 작년 7월 오는 2030년까지 협력사들이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자사에 공급하는 협력업체 청정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의 반도체 회사 TSMC는 애플 발표 이후 1주일 만에 RE100 가입을 선언했으며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전세계 기업이 애플과 청정에너지 프로그램 협약을 체결 중이다.

SK는 작년 연말 정기 그룹인사와 조직 개편에도 ESG 경영철학을 적극 반영했다. 그룹최고협의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에너지·환경위원회 대신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도 신설했다. 주요 관계사에서도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투자형 지주사인 SK㈜를 주축으로 SK이노베이션, SK E&S 등의 관계사 전문 인력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소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 추진단’이 대표적이다. SK는 국내에서 2023년 3만톤 생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총 28만 톤 규모의 수소 생산능력을 갖추고 수소의 생산-유통-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수소사업을 차세대 주력 에너지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SK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도 ESG 경영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가 부의장사를 맡아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VBA(Value Balancing Alliance)가 대표적이다. VBA는 ESG화페화 측정 글로벌 표준개발을 위해 지난 2019년 설립된 글로벌기업 연합체로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가 의장사를 맡고 있으며 도이체방크ㆍ케링(구찌 모기업)ㆍBMW 등 글로벌 10여개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김광조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부사장은 “RE100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환경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 지배구조 등 ESG 전반에 대한 요구가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협력사 상생, 멤버사의 이사회 구성 등 사회와 지배구조 영역에서도 핵심지표를 선정해 관리하고 이를 공시하는 등 ESG 경영의 전반적인 부분을 빠짐없이 챙겨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SK는 VBA에 참여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 또한 맡고 있다”며 “ESG 경영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맞춰 글로벌 시장을 리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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