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자금 마련 목적이 배제된 이번 매각을 두고 SK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그리던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야구단 인수로 얻을 시너지 효과를 그리는 신세계와 중장기적 기업 비전에 비춰 봤을 때 야구단 운영을 이어가는 게 맞느냐는 SK그룹의 고민이 맞물리며 깜짝 매각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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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SK텔레콤(017670)이 소유한 SK와이번스의 지분 100%를 1352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가격 가운데 주식이 1000억원,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이 352억8000만원에 각각 책정됐으며 내달 23일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점치던 예상 매각가격은 1800~2000억원 안팎이었지만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인수가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자본시장에서는 깜짝 야구단 매각을 두고 두 기업이 그리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으로 잘 알려진 이마트는 야구단 경영을 그룹 마케팅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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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부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도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 해’를 만들어달라”며 올 한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오린아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야구 관중의 주축이 20~30대 연령층이며 여성 관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소비를 주도할 세대를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 타깃으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프로 야구단 인수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홍보 효과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동종업계 경쟁자이자 프로야구 원년부터 야구단을 운영해온 롯데그룹이 가진 공고한 브랜드 파워가 좋은 참고사례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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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올해 프로야구 우승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던 SK그룹이 돌연 야구단을 매각한 배경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와이번스 매각을 앞두고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하고 재가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급히 내린 결정이 아닌 그룹 수장의 의사 결정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SK와이번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수입이 급감하며 8억60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간 누린 유무형의 효과를 따졌을 때 당장의 수익 감소로 야구단 매각을 단행했을 리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ESG경영은 실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환경폐기물 처리업체 EMC홀딩스를 1조원에 인수한 SK건설은 최근 SK그룹 통신망 공사를 전담하는 자회사인 SK TNS 경영권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인 알케미스트파트너스 코리아에 29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SK TNS 매각을 두고 자금 확보 차원이 아닌 그룹 내 체질 개선 과정으로 보고 있다. 앞서 SK건설은 지난달 3일 이뤄진 조직개편에서 6개였던 사업 부문을 5개로 줄이고 전 사업부에 ‘에코(Eco)’를 붙이며 친환경 중심 경영을 선언한 상황이다.
ESG에 힘을 싣는 흐름에 비춰 봤을 때 프로야구단 운영을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느냐는 견해가 힘을 얻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때마침 야구단 인수를 검토 중인 신세계그룹이 유력한 원매자로 등장한 타이밍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향후 e스포츠나 아마추어 스포츠 후원은 계속 이어가되 프로 스포츠단 운영에는 서서히 힘을 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로 21년째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며 장단점을 충분히 파악한 상황에서 이제는 과감히 내려놓아도 되지 않겠냐는 그룹 수뇌부의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 수장들의 신년사를 보면 사실상 이번 야구단 매각에 대한 어느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려는 신세계그룹과 ESG 사업으로 탈바꿈을 그리는 SK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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