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 마지막 남은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의 백사마을. 이 동네는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흑역사로 평가된다. 1967년 용산구 용산, 중구 청계천, 성북구 안암동에 살던 판자촌 주민들은 개발을 이유로 백사마을로 강제 이주됐다. 난방 시설이 열악해 최근까지 연탄으로 겨울을 지내야 한다는 백사마을은 빅뱅, 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와이지엔터테이먼트 소속 가수들이 매년 봉사활동을 가는 동네로도 유명하다.
그랬던 판자촌이 달라지고 있다. 바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2400가구가 넘는 아파트촌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올해 상반기 서울시의 건축위원회 심의(건축심의)를 통과, 2008년 재개발 사업이 시작한 이후 사업이 12년 만에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끝내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주민 50% 이상이 이주를 완료했다.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자 외지인 발길이 끊겼던 백사마을은 이제 투자자들의 ‘타깃’이 됐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올해 초와 비교해 시세도 약 5000만원 넘게 올라간 상황이다. 토지 기준으로 계산할 때, 매매가는 감정평가액 대비 2억7000만~3억원 가량 높다. 추후 전용 74㎡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대지면적 60㎡)의 시세도 6억원대다. 인근 한화꿈에그린 아파트의 시세와 비교했을 때 최소 2억원의 시세 차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노원역·공릉역)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불암산과 가까워 ‘숲세권’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추후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지나는 동북선 등의 교통수혜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거주를 목적으로 백사마을에 투자하려는 실수요자 겸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물론 백사마을 투자가 ‘완승’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판자촌 특성상 무허가 건물이 많아, 막상 샀는데 입주권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투자 후 새 아파트를 갖지 못하게 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예림 변호사는 “일명 ‘뚜껑’으로 불리는 무허가 건물이 일반 재개발 사업지보다 달동네에는 더 많다”며 “조합 정관과 무허가건물원 등을 하나하나 따져 입주권이 실제 나오는 지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