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를 상대하는 PB들은 자산 시장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시중은행 6곳과 보험 3곳, 증권사 5곳 등 총 14개 금융회사의 PB 100명(은행 40명, 보험 25명, 증권 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응답자의 35명이 현금성 자산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대답할 정도로 지금의 시장 상황을 불안하게 보고 있었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과거 금융위기 때 수준에 맞춰 고객 자산배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져도 손실이 없도록 안전자산을 최대한 많이 담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잃지 않는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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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들은 달라진 분위기는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PB 100명 중 가장 많은 38명은 ‘고객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답했고, ‘기존에 투자한 것을 현금화하려고 찾아오는 고객이 늘었다’는 대답도 22명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전과 다르지 않다’고 답한 이들은 5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PB들은 서울 부동산 경기의 위축을 점치기 시작했다. 올해 말 서울 부동산 시장의 가격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PB 100명 중 74명이 ‘하락’을 예상했다. 올해 내 서울 부동산 가격이 5%가량 하락할 것이라 예상한 PB가 51명, 1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PB들도 23명에 달했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올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PB는 6명에 그쳤다. 20명은 현재 수준에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PB 100명 중에서 20명이 부동산 비중 확대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중을 늘리지 말아야 할 상품으로 가장 많은 상품은 신용등급 ‘BBB’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고위험 투자상품 ‘해외 하이일드채권펀드’(38명)이고 그다음이 부동산이다. 그만큼 부동산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도원덕 하나은행 골드PB팀장은 “우리나라에서 목돈을 불리는 최고의 수단은 부동산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면서도 “무주택자의 경우 청약, 특히 우량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고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비규제지역에서 유망지역에 관심을 두는 게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무조건적인 부동산 투자보다는 서울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금성 자산 확보’ 한 목소리..해외 하이일드펀드 비추
안전자산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판단 하에서 달러예금과 달러보험 등 달러상품을 추천한다는 PB가 21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코스피는 물론 글로벌 증시의 약세를 틈타 국내 주식 직접투자, 글로벌(선진국) 주식 직접 투자를 추천하는 PB도 16명과 15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손실 구간을 두지 않고 상환 조건만 제시한 주가연계증권(No Knock-In ELS), 우량등급 채권 투자 등의 추천하는 의견도 있었다.
100명의 PB들은 2분기 자산 포트폴리오 비중을 현금성 자산과 주식에 각각 29%로 배분한 후, 채권에 17%, 부동산에 15%, 원자재에 10%를 두라고 조언했다. 원자재의 경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합의가 실패로 돌아가며 가격이 급락한 만큼,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방식으로 포트폴리오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최근 들어 ‘고객들의 신규투자 문의가 증가했다’(35명)고 답한 PB도 상당수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기준금리도 0%대에 진입하고 주가가 큰 폭을 하락하면서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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