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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둔 여야 행태가 가관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이 마무리 수순이지만 감동은 없었다. 개혁공천은 사실상 실패작이다. 끝없는 내분 속에 파열음만 난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나라가 어수선한 가운데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했다. 공천이 아닌 ‘사천·막천’ 논란 속에 컷오프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불사했다. 불출마를 공언했던 후보들도 약속을 뒤집었다. 현실정치의 어쩔 수 없는 단면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
문제는 민주적 원칙과 일관된 기준이다. 여야의 공천과정은 목불인견 수준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시즌에 여야가 목소리를 높였던 도덕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괴물 선거법의 여파인 비례대표 공천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여야 각당이 추구해온 고유 가치와 원칙마저 저버렸다. 결과적으로 여야의 21대 총선 공천에는 민주도, 통합도, 국민도, 정의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사라진 ‘민주’
민주당 공천은 초기만 해도 비교적 순항했다. ‘시스템 공천’을 자랑하며 여유가 넘쳤다. 당 안팎에서 21대 총선 공천이 가장 파열음이 적다는 평가도 나왔다. 자화자찬은 곧 막장으로 변했다. 바로 ‘비례민주당’ 창당 시도다. 민주당은 스스로 주도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선거제 개편의 근본 취지를 부정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의석 싹쓸이를 막겠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정치적 신의를 내팽개친 것은 물론 민주주의와 책임정치의 근본을 훼손했다.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최악의 정치행위다.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라는 이낙연 전 총리의 말마저도 씁쓸함만을 남길 뿐이다.
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사라진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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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는 국민의당…‘정의’ 없는 정의당
민주당과 통합당이라는 거대 양당 이외에 나머지 정당들의 공천과정도 만족스럽지 않다. 안철수 대표가 주도하는 국민의당과 진보정당인 정의당 공천도 국민에게 새로움을 주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에는 ‘국민’이 없었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월 귀국 이후 상당한 수준의 정치적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찻잔속 태풍에 그쳤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유력 차기주자였다는 게 꿈인가 싶을 정도다. 특히 귀국 당일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게다가 4년 전 20대 총선 돌풍의 주역이었던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잦은 이합집산 속에 공중분해돼 버렸다. 당세 약화와 지지율 답보 속에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1인 정당’으로 변모했다. 당명에 포함된 ‘국민’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253개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면서까지 비례대표만을 바라보는 다소 난감한 처지에 내몰렸다. 최근 지지율이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대 총선 때와 같은 돌풍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정의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입 이후 진보정당 최대 위기다. 지역구 선거는 민주당의 양보가 없다면 심상정 대표의 생환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약진을 기대했던 비례대표는 민주당의 완벽한 배신으로 물거품이 됐다. 진보정당의 오랜 꿈이었던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 달성은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거대 양당의 참전으로 연동형 비례제가 사문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의당이 내놓은 비례대표 후보 역시 ‘흙 속의 진주’는 없었다. 음주 무면허에 대리게임 논란이 불거졌다. ‘정의당 데스노트’라고 불리며 높은 도덕성을 강조해왔던 정의당마저 ‘내로남불’이었다. 조국국면에서 진보가치 훼손에 이어 공천국면에서도 ‘정의’라는 이름마저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