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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장기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자 한때 호황을 누렸던 암호화폐 채굴사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대형 채굴업체의 파산 신청이 전해졌고 중국에서는 폐업에 나서는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채굴사업자에 대한 전기요금 보조금까지 없애기로 해 앞으로 수익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매체인 아펜포스텐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에서 그동안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에게 제공하던 전기요금 보조금을 없애고, 이들이 정상적인 전기요금을 부담하도록 했다. 노르웨이에서는 현재 대규모 비트코인 채굴사업자들이 다른 전력 집약적인 산업과 동일하게 전기요금 할인을 적용받아 왔다. 구체적으로 0.5메가와트 이상을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 정상요금인 1시간 1킬로와트당 16.58외레보다 낮은 0.48외레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료 할인혜택을 받는 적격 사업자는 정상요금의 2.8%만 물고 있는 셈. 1외레는 100분의1 크로네다.
라스 할트브레켄 노르웨이 의회 대변인은 “우리도 더이상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에게 막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할 순 없다”며 “채굴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환경을 저해하는 산업인 채굴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것.
전날 미국에서는 대형 암호화폐 채굴업체 겸 블록체인 기업인 기가와트(Giga Watt)가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따른 채굴 채산성 악화 등으로 인해 연방파산법 제11조에 의한 파산보호(챕터11)를 워싱턴 동부 파산법원에 신청한 바 있다. 미국내 톱5에 속하는 암호화폐 채굴업체인 기가와트가 연방파산법 제11조에 의한 파산보호(챕터11)를 워싱턴 동부 파산법원에 신청했다. 신청서에서 회사측은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적시했다. 기가와트는 현재 0~5만달러 수준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채권자수가 최소 50곳에 이르고 갚아야할 부채가 1000만~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가운데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1시간 킬로와트당(kWh) 6센트에 불과한 중국내 전기요금도 감당하기 힘든 채굴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소 4개의 채굴기가 더이상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고 SCMP는 전했는데, F2풀과 비트메인이 생산하는 앤트마이너S7, 앤트마이너S9, 카난 크리에이티브의 아발론마이너741 등이다.
이에 따라 전날 홍콩에 있는 채굴 플랫폼업체인 수안리투(Suanlitou)는 이달 들어 열흘간 전기요금까지 연체됐다고 공지한 뒤 돌연 사과문과 함께 채굴사업을 접었다. 또다른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들도 폐업에 나서며 현재 수익성이 떨어진 2만개 정도의 채굴장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중국내에 밀집한 중소 채굴업자들은 채굴기를 내다 버리거나 헐값에 매각하기 위해 웨이보 등에 포스트를 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