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이정조(사진·65)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계는 영어만큼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계 공부를 하지 않는 금융업계를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바이오업체, 실제가치 대 회계장부 미스매치 확인해야”
20년 넘게 리스크컨설팅코리아를 이끌어 온 이 대표는 국내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고 은행 등 금융사, 주식·채권 투자자 등에 자문하는 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레 회계 전문가가 됐다. 이 대표는 “재무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안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며 “이 정보를 통해 기업에 닥칠 미래 등을 예측해왔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이 대표를 ‘부도 박사’, ‘한국판 피셔’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회사가 부도 위기인지 여부를 감사보고서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인데다, 미국 주식투자의 대가 ‘필립 피셔’ 못지 않은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얼마 전 CB를 발행한 퓨쳐켐의 경우 부채가 늘 수 있는데 만기에만 상환한다는 조항까지 있어 회사 상황이 나빠지는 게 아니다”며 “이 회사를 포함한 바이오 회사들이 CB나 RCPS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인식 혹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고서, 성형수술된 것”…교재 출간·후배 양성 집중
이 대표는 “상속이 끝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세금을 덜 내려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실적을 기록하는 등 공시된 보고서는 성형수술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 “현금흐름표는 그나마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숫자를 맹신하지 말고 비재무정보를 파악하는 일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이 증가 추세라 많이 사 미리 쌓아두기 때문에 늘어난 재고자산은 나쁘게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는 비행기로 수출되기 때문에 항공사에 해당 비행기가 얼마나 움직임이 잦은지로 기업 사정을 체크하는 방법이 있다”며 “실무에 있을 때 항상 차를 몰고 인천 부두에 가서 컨테이너선이 줄 서 있는 길이를 체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요즘 컨설팅 업무 일선에서 물러나 2세에 가업을 승계하는 중이다. 앞으론 회계 교육 사업을 확장해 후배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리스크컨설팅코리아는 현재도 ‘현금흐름분석 사관학교’ 등 온·오프라인 교육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지방에 있는 취업준비생을 20~30명 정도 뽑아 회계교육을 하고 50대 이상 은퇴한 장년층도 비슷한 규모로 반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들에겐 취업 후 수강료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