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든 소위 ‘국뽕’에 취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건 힘든 일이다. 뻔한 대화를 예상하며 모른 척 눈을 감으려는데 청년은 한 번 더 말을 걸어왔다. 그는 자신이 IT, 특히나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샤오미나 삼성뿐만 아니라 애플, 화웨이, 소프트뱅크 등 어느 나라 제품이든 한 번은 써보는 마니아라며 이미 중국에서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어 내놓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언젠가 레이쥔을 넘어서는 사람이 될 거라고도 자신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말 치곤 참으로 당황스러운 소리라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청년이 말했던 레이쥔은 알려진 대로 샤오미의 최고경영자(CEO)이다.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IT 업계를 주름잡고 있지만 아직 쉰살도 되지 않은 젊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1987년 당시 중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던 우한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다. 입학 뒤 컴퓨터 상가에 매일 들락날락하면서도 2년 만에 모든 과목을 이수할 정도로 컴퓨터 덕후의 면모를 단단히 보여줬다고 한다. 대학교 4학년 시절 인터페이스 카드를 만드는 회사를 창업했지만 기술을 도용당하고 6개월 만에 회사는 문을 닫았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고 1992년 중국 IT업체 킹소프트에 입사했고 1998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2007년 킹소프트의 상장을 완료한 후 자신의 꿈을 실현할 회사를 만들기 위해 사표를 내던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샤오미다.
이런 CEO의 등장은 중국 청년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공산당 간부의 자식이 아니어도 아이디어가 있고 실력이 있다면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역시 어느 과정에선 당과 결탁해야 하는 만큼, 창업과 성공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자수성가 인물이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와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거실엔 중국에 오자마자 샀던 샤오미 공기청정기가 하루 종일 돌아가고 있다. 눈이 아파서 새로 장만한 컴퓨터 모니터 역시 샤오미의 것이다. 샤오미의 로고를 보다 그날의 청년을 생각해 본다. 그 때 말하진 못했지만 언젠가 꼭 자신이 말했던 대로, 레이쥔을 넘어서는 훌륭한 CEO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그를 다시 만나서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