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돈]⑤이랜드, 계속되는 자구계획..투자등급 지킬까

  • 등록 2017-10-05 오전 9:00:00

    수정 2017-10-05 오전 10:54:19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곰 캐릭터를 앞세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 이랜드 그룹은 티니위니를 무려 8770억원에 매각했다.

국내에서는 찾는 사람이 줄어든 브랜드지만, 매각 금액만 봐도 중국에서의 티니위니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올해 초 티니위니 매각으로 8770억원을 손에 쥔 이랜드는 현재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고 있다. 이유는 하나다. 빚이 많기 때문이다. 티니위니를 매각한 8770억원도 빚을 갚는데 썼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랜드는 돈을 마련하고 빚을 줄이는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빚이 많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3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것도 많이 줄인 수치다. 2015년에는 5조4000억원까지 증가했던 차입금을 티니위니 외에도 부동산 등을 팔아서 3조원대까지 줄였다.

그럼에도 신용평가사들은 이랜드그룹의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유는 이랜드그룹이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예를 든 티니위니만 해도 브랜드를 팔아 8770억원의 빚을 갚았지만, 이제 티니위니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기대할 수 없다.

티니위니는 2016년 매출이 4434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921억원이다. 앞으로 이랜드는 이 수치만큼의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이랜드그룹이 매각한 또 다른 브랜드인 모던하우스도 비슷하다. 7100억원에 매각한 모던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은 2989억원, 영업이익은 390억원이다. 역시 단기적 매출 감소와 수익성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신용평가 업계가 바라보는 이랜드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이랜드 패션부문의 경쟁상대는 글로벌 SPA 브랜드인데, 이들의 시장영향력 확대 추세가 만만찮다. 이랜드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시장환경이라는 얘기다.

중국 상황도 좋지 않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아니라 해도 이랜드는 중국 백화점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는데, 중국의 소비 구조가 백화점 외 아웃렛이나 온라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랜드에는 그리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평가다.

또한 티니위니 브랜드를 매각, 중국패션사업부문의 경쟁력도 저하됐다. 올해 이후 매출과 수익성 감소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부문은 역시 모던하우스 매각으로 매출 감소와 수익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식사업도 경기 침체, 아르바이트 미지급 임금 반영 등으로 수익성은 그리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이랜드는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외에도 추가적인 자구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전처럼 거액을 들이는 인수합병(M&A)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빚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이랜드그룹 중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은 ‘BBB-’다. 신용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하락해도 투기등급이 된다.

이랜드가 투자 등급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는 추가 자구계획, 사업 회복 등에 달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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