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음 담아 만든 천연충진재, "이젠 해외로 수출"

정미숙 ㈜금룡 대표, 아이들 뛰노는 운동장 환경 접한 후 주부서 사업가 변신
독자 기술로 만든 천연충진재, 4년여 간 어려움 끝에 안산시서 첫 수주
누적 매출액 160억 기록 중, 필리핀·러시아 등 해외시장 수출 나서
  • 등록 2017-09-15 오전 6:01:00

    수정 2017-09-15 오전 6:01:00

정미숙 금룡 대표가 천연충진재 제품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제공=금룡)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우리 기술로 만든 천연충진재가 이젠 글로벌 시장을 누비게 될 것입니다.”

인조잔디에 쓰이는 천연충진재에 주력하는 ㈜금룡 정미숙(56) 대표는 14일 “미국과 중국, 캐나다 등 주요국가에 이미 천연충진재 특허를 등록시켰다”며 “올 하반기 중 첫 해외 수출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연충진재는 운동장에 쓰이는 인조잔디에 들어가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정 대표는 과거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자녀가 뛰어노는 운동장 환경을 접한 후 그는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초등학교 가족행사를 가보니 운동장에 온통 고무냄새가 진동했다. 알아보니 인조잔디 안에 들어가는 충진재 원료로 폐타이어가 쓰였기 때문이었다. 폐타이어는 뭉침이 심해서 아이들의 발목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오히려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해치는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폐타이어 충진재를 천연충진재로 교체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청했다. 당시 야자열매 등을 원재료로 한 천연충진재가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안팎으로 쉽지 않은 상황을 지켜본 그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직접 천연충진재를 만들기로 했다.

정 대표가 2008년 창업한 금룡은 황토와 왕겨 등 국내에서 쉽게 조달할 수 있는 천연재료를 활용한 충진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천연 단열재로 쓰이는 왕겨에 황토를 코팅하는 방식으로 운동장에서 발생하는 열을 잡아주는 한편, 마찰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특허기술은 모두 정 대표가 보유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어려움이 따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등에 천연충진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조잔디 업체들과의 협업이 필수였다. 인조잔디와 충진재를 일괄 발주해야 한다는 조달청 방침 때문이었다.

“인조잔디를 생산하는 한 대기업으로부터 요청이 들어왔다. 해당 업체에 천연충진재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대신, 판매가격을 50% 낮추라는 제안이었다. 다른 인조잔디 업체들 역시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 장고 끝에 ‘이런 방식으론 도저히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후 어려움은 지속됐다. 정 대표는 창업 후 4년여 동안 매출을 일으킬 수 없었다. 건설업을 하는 남편은 “더 이상 돈을 지원해줄 수 없다. 사업을 접어라. 아니면 (부부사이를) 끝내자”는 극단적인 요구까지 했다. 정 대표는 눈물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났다. ‘중소기업 육성’을 내건 강호인 조달청장이 2012년 취임하자마자 인조잔디와 충진재를 분리 발주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그 결과 정 대표는 안산시로부터 풋살경기장 2곳에 쓰일 천연충진재를 수주, 사실상 회사의 첫 실적을 올렸다. 이후 금룡이 생산하는 천연충진재는 입소문을 타며 제주도 등 전국 지자체와 학교 200여 곳에 공급될 수 있었다.

금룡은 여세를 몰아 지난 2015년 경기 화성에 공장도 신축했다. 올해 7월엔 금룡의 천연충진재 브랜드 ‘골드필 프로’가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지정증서를 받았다. 현재 화성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국제야구장 ‘화성드림파크’에도 천연충진재를 공급 중이다. 그동안 누적된 천연충진재 매출액은 160억원에 달했다.

극적으로 부활한 정 대표의 눈은 지금 해외로 향해 있다. 그는 “내수시장을 통해 검증된 천연충진재가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현재 필리핀에 천연충진재를 수출키로 협의 중”이라며 “러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향후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잔디에 들어간 천연충진재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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