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지독한 감기에 장염.수족구 겹치면 '뇌수막염' 의심

무더운 6~9월 환자 급증... 면역력 약한 10세 미만 아동 특히 조심
  • 등록 2016-08-30 오전 6:09:42

    수정 2016-08-30 오전 6:09:4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5살 난 아기를 둔 서울에 사는 김모씨(34)는 좀처럼 낫지 않고 심해지는 아이의 감기 증세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에어컨 바람 때문에 생긴 여름 감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검사 후 뜻밖의 바이러스 수막염(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바이러스 수막염, 흔히들 말하는 ‘뇌수막염’은 바이러스가 뇌척수액으로 침투해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발열, 두통, 구토 등과 같은 감기, 장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구분이 어렵지만, 그 증세가 보통 감기에 비해 심하다고 하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5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늦여름에서 초가을인 8~9월에 총 환자 수(1만 5천여 명)의 약 50%(7천여 명)가 몰렸고, 전체 환자 중 60%(9천여 명)가 10세 미만의 아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6월부터 그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뇌수막염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주로 80% 이상이 ‘장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에 의해 발생하며,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집중된다. 특히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은 뇌수막염뿐만 아니라, 가벼운 호흡기 증상에서부터 수족구병, 장염, 급성 마비를 동반하는 길랑바레 증후군 등 여러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침, 가래, 분변과 같은 환자의 분비물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전염되거나 신체 접촉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염이 된다. 또한, 아직 기저귀를 떼지 않은 소아의 대변을 통해 쉽게 전염될 수 있다.

고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정혜 교수는 “바이러스 수막염의 경우 따로 백신이 없어 평소 손과 발을 자주 씻고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며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소아의 경우 면역력이 성인에 비해 약하므로 보호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수막염의 경우 특별한 치료가 없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대략 3일에서 일주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이나 목경직 등의 증세가 심할 경우 뇌염이나 급성 이완성 마비, 폐출혈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변정혜 교수는 “특히 세균성 뇌수막염의 경우 바이러스성 수막염과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제때 항생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심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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