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 정책방향(주택·토지분야)에 따르면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고, 인허가 및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 물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시장 영향이 큰 서울·수도권 분양주택용지를 중심으로 올해 공급물량을 지난해(6.9㎢·12만 9000가구) 58% 수준으로 감축해 4.0㎢에 걸쳐 7만 5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내년 공급물량도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줄여 공급합니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등이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임대주택 용지는 전년보다 늘리되 분양주택 용지를 절반이상 감축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주택공급량 조절에 나선 이유는 신규 분양 물량 축소가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금리와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을 지속하면서 인허가 물량이 위험 수준에 달했다는 게 정부 판단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6만 5000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대비 18.4% 증가한 35만 5000가구가 인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확대 방안 등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며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공공택지 공급 감소와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이미 추진 중인 것으로, 강도만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공택지 분양은 보통 1~2년 정도 걸리고, 건설사가 토지 매입 후 분양까지 2년에서 3년까지 걸리기도 해 당장 수급 조절에는 영향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오히려 실수요자와 건설사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중도금 대출 규제를 내놓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정책을 내놓으면 정작 집을 필요로 하는 공공택지 분양 물량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또 하반기 예정된 아파트 분양사업장들은 일정 조절이 불가피해 일부 건설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아울러 공공택지 물량을 줄이면 중견건설사 먹거리가 줄어들게 돼 사업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해당 지역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불붙은 주택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아파트 수급조절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공공택지 물량을 줄여 전체 분양물량까지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인허가와 분양보증심사 강화로 공급물량을 줄인다고 해서 가계부채 감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입니다. 이번 대책에서 전매제한 분야를 뺀 것은 그나마 움직이고 있는 수요 측면의 시장은 계속 살리고 싶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수요시장을 살리되 공급량을 줄여 수급조절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 이번 대책이 시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