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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미국)=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뉴욕 맨해튼 타임즈 스퀘어에서 다운타운 방향으로 첼시마켓을 지나면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가 나온다. 우리로 치면 ‘마장동 축산물 시장’쯤 될까. 과거 육류 가공공장이 모여 있던 이 곳은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동네다. 각종 가공공장이 떠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2000년대 후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휘트니 미술관이 들어오면서 뉴욕의 패션과 멋을 상징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이 지역의 또 다른 랜드마크인 고가도로 정원 ‘하이라인 파크’의 중간 지점 바로 앞에 삼성전자(005930)의 뉴욕 마케팅센터 ‘삼성 837’이 자리해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가 뉴욕 ‘핫플레이스’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열기 위해 연 마케팅센터다. ‘837’은 이 건물 주소인 ‘워싱턴 가 837’에서 따온 것. 한국으로 치면 홍대처럼 최근 ‘뜨는’ 번화가에 대규모 홍보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삼성의 의지가 물씬 묻어나는 장소인 셈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삼성 837’을 방문했다. 이른 오전이었음에도 개장시간(11시) 전부터 입장객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개관한 지 반 년 만에 이곳은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았다.
건물 왼편에는 ‘837 수퍼시티 홀세일 미트’라는 옛 간판이 아직 달려 있어 육류 가공의 옛 흔적이 남아 있다. 건물은 리모델링을 해서 쓰고 있지만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건물주가 없애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데 최첨단 IT 기기 홍보 센터와 ‘푸줏간’이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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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경 삼성전자 미주법인 부장은 “이 장소는 ‘삼성 837’의 핵심으로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꼭 방문하는 곳”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열어 고객들이 삼성을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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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실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 스마트폰, 태블릿, 모니터 등 각양각색의 300개 디스플레이가 있는 ‘거울의 방’이 나타났다. 소셜 아티스트 ‘켄조’의 ‘블랙 에그’와 협업해 만든 ‘소셜 갤럭시’ 룸이다. 들어가기 전 한 관람객이 인스타그램에 로그인하니 룸 내 300여개의 디스플레이에 그의 인스타그램 사진이 뜨며 장관을 연출했다. 원래 7월 말에 해체하려고 했는데 관람객들 사이 인기가 많아 9월까지 연장했다고 한다.
‘삼성 837’은 기업 대 기업(B2B)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에 의미 있는 장소다. 건물 3층은 파트너사만 입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 중인데 야외 테라스에서 고객사와 소소한 ‘미국식’ 파티도 연다.
신 부장은 “미주 본사가 차로 1시간여 거리의 뉴저지다 보니 맨해튼에서 고객사와 만나려면 따로 호텔을 잡아야 해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뉴욕의 패션·IT·광고·미디어 기업들이 밀집한 이 지역의 ‘837’로 모시면 된다”며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고객사들도 이 공간을 매우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년 만에 누적 20만명이 방문한 ‘삼성 837’은 연중 무휴로 평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 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