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전환책 부채 더 늘린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1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에 대해서도 자칫 가계부채 총량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나섰다.
앞서 정부는 가계부채 관련 정책과제를 통해 은행 보유 단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고 이를 주택금융공사가 인수, 유동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 한 금통위원은 “가계대출이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되더라도 가계부채 구조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주금공 유동화를 통해 은행들의 대출여력이 높아질 경우 오히려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정부 대책이 가계의 대출상환 불능 위험을 사전에 줄여가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칫 가계부채 총량증가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커버드본드 발행유인 낮고, 임대사업자 채권 매입 아이디어수준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문제 개선을 위해 제안한 방안은 세 가지. 우선 커버드본드(covered bond)를 도입, 은행에서 장기 커버드본드를 발행할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 경우 보험사 및 연기금등 수요로 인해 은행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또 그만큼 대출금리도 낮아질수 있는 유인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주금공에서 임대사업자들의 채권을 유동화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끝으로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취지에 더해 가계부채 감축방안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즉, 빚을 내 주택을 구입했던 가계들에게 임대로 전환할수 있게 하고 가계가 기존에 보유했던 주택을 임대기업에게 쉽게 매도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금통위원들의 이같은 제안에 전문가들은 일단 은행에 집중된 가계부채 관련 시스템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가계부채를 줄이긴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고정금리 대출로 알려진 전환대출은 진정한 고정금리대출이 아니다. 향후 금리변동 리스크를 소비자측에 부담시키는 것”이라면서 “커버드본드의 경우 소비자측에 이런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지만 은행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은행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자본시장쪽에도 분산시키자는 취지로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금공이 임대사업자 채권을 매입 유동화하자는 것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다는 반응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어떤 방안인지 자세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활용하자는 방안 역시 최근 치솟고 있는 전월세값에 따라 유인책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안동현 교수는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과 월세값중 어느 쪽이 유리할지 계산해 봐야한다. 다만 최근 초저금리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전월세값은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인센티브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급한 한계가구 정도나 효과가 있을 듯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