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공감력 터지면" 창작 나선 이유

[문화GO! 창작이 답이다②]
뉴에서 SM까지..영화·가요 제작사 뮤지컬 시장 진출
"내수시장 포화? 한국적 콘텐츠 성공하면 더 커질 것"
  • 등록 2014-02-17 오전 8:45:08

    수정 2014-02-17 오전 8:45:08

뮤지컬 ‘그날들’ 한 장면.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다음엔 뮤지컬 수상자로 서겠습니다.” 공연기획사 인사이트의 장상용 대표가 최근 열린 ‘2014 이데일리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로 최우수상을 받은 후 한 말이다. 인사이트는 지난해 ‘그날들’로 뮤지컬 제작에 첫발을 내디뎠다. 내년에는 대형 창작뮤지컬을 선보일 계획. 이미 창작팀을 꾸려 작품 준비에 나섰다.

김준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월 서울공연을 마친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 제작사도 ‘공연계 이방인’이었다. 영화 ‘7번 방의 선물’ ‘신세계’ 등을 제작한 뉴가 주인공. 영화배급사가 50억원을 투입해 큰 판을 벌이자 뮤지컬업계 관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파급도 적잖았다. 인사이트와 뉴가 각각 제작에 참여한 뮤지컬은 지난해 연간 판매 톱10(인터파크 기준)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순위에 든 창작뮤지컬로는 두 회사의 작품이 유일했다. ‘뮤지컬 신참’들이 ‘대박’을 친 셈이다.

뮤지컬 제작에 ‘큰손’이 몰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뛰어들었다. 자회사인 SM C&C를 통해 올해 뮤지컬시장에 진출하는 것. 뮤지컬 제작팀을 꾸린 SM C&C는 올 하반기 두 개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난해 뮤지컬시장 규모는 3000억원 수준. 영화의 1조 8800억원시장과 비교하면 6분의 1이 채 안 되는 작은 규모다. 일부 뮤지컬제작자는 “내수시장은 포화됐다”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와 음반제작에 주력한 회사까지 뮤지컬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뮤지컬 ‘디셈버’ 한 장면.


이들은 뮤지컬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봤다.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만 찾아낸다면 새로운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고 봤다. 장 대표는 “유럽 뮤지컬 대부분은 사극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이야기보다 스타성에 흥행이 좌우되기 쉽다”며 “다양한 소재 속에서 한국적인 이야기만 잘 풀어내면 그만큼 공감이 커져 콘텐츠에 폭발력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제작한 ‘그날들’은 김광석(1964~1996)의 노래를 소재로 청와대 경호원의 사랑과 비밀을 풀어내 창작뮤지컬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영화·뮤지컬 투자일을 하는 한 창업투자회사의 김모 씨는 “‘쉬리’가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에 잠식됐던 국내 영화시장의 새 지평을 연 것처럼 뮤지컬도 분기점이 될 만한 창작작품이 나오면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K팝 열풍도 뮤지컬 제작 바람에 힘을 실었다. 작품에 출연하는 아이돌에 대한 애정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뮤지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티켓을 산 공연 장르는 뮤지컬이었다. ‘월드스타’ 싸이와 2PM 콘서트를 제치고 ‘삼총사’가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연간 티켓 예매 순위 톱5 안에는 2개의 그룹 신화 콘서트를 제외한 세 작품이 모두 뮤지컬이었다. 여기엔 창작뮤지컬 ‘디셈버’도 포함돼 있었다. 슈퍼주니어 성민이 출연한 ‘삼총사’를 본 일본인 후지타 아이비(29) 씨는 “처음엔 성민을 좋아해서 한국에서 ‘잭 더 리퍼’를 봤는데 공연을 보니 한국 뮤지컬의 구성과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에 빠져 다른 한국 뮤지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뉴에 따르면 김준수가 출연한 ‘디셈버’ 관객 중 외국인 관객 티켓예매율이 5.8%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뮤지컬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제작자와 투자자도 늘고 있는 것이다.

창작 바람이 거센 이유는 또 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몸부림이다. 국내 시장 80%는 미국과 유럽 뮤지컬로 잠식된 상황. 국산 창작으로 체력을 키워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걸 돕겠다는 게 목표다. CJ E&M은 ‘크리에이티브마인즈’란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제작자들의 신작 개발을 돕고 있다. SK도 문화재단을 통해 올해부터 뮤지컬 창작 지원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유희성 청강산업대 뮤지컬스쿨 원장은 “이런 지원은 단기적으로는 제작자들에,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창작작품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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