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섭의 정치 엔터테인먼트학]박근혜와 시나리오 전략-1

  • 등록 2013-02-25 오전 9:03:15

    수정 2013-02-25 오전 11:12:38

국민이 선택한 영화의 제목은 ‘미래 한국 창조’였다. 장르는 조국을 다시 반석 위에 세우는 역사 서사극이고 경제 민주화로 복지와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국민을 대통합하는 드라마가 역동적 스타일로 그려질 것이라고 예고되었다. 관객들은 반신반의했지만 주연 배우가 ‘약속은 지킨다’는 국민 배우 박근혜고 김종인과 안대희 같은 뚝심 있는 조연들이 받혀주면 괜찮을 것 같아 선택했다.

그러나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상영되자 관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작사는 새누리당이고 감독과 주연도 맞는데 경제민주화 스토리는 사라지고 ‘일자리 중심 창조 경제’라는 그럴듯하지만 내용은 뻔한 드라마에 연예인 2세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이 ‘아버지의 나라’ 아닐까, 관객들은 두리번거리고 있다.

대선 전쟁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눈부셨다. 당의 이름과 로고를 파격적으로 교체하고 진보의 전유물이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 담론을 선점했다. 그리고 인구학적 지표로 유권자를 나누어 마이크로 타겟팅하고 그들의 생활 패턴을 알고리즘화하여 젊은 유권자들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 선거의 여왕이 당선 이후 보여준 말과 행동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역대 최저 수치인 40%대 초반 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취임 전에 맞이한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려면 박대통령은 이제라도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시나리오(scenario)는 멋진 경치들(scenes)로 하나의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작법의 최고 이론인 ‘3막 선형구조론’에 따르면 그것은 길을 떠난 주인공이 지혜와 용기로 적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이다.

한국 대통령은 절대 권력을 한계 시간 동안만 행사하다가 1825일 후 적수공권으로 돌아가는 형용 모순의 존재다. 연임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과의 대결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들은 역설적으로 현실 정치의 정쟁 속에서 초연할 수 있으며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정치적 이상을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그래서 박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보수 개혁가’로 설정하고 민주통합당을 정적이 아니라 정권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연금술의 시나리오를 써야 했다. 유권자들은 시대의 화두인 개혁과 치유를 노무현의 비서실장이 아니라 박정희의 장녀에게 맡겼다. 국민들은 박정희를 민주정을 유린한 독재자와 함께 사농공상의 전근대적 한국 사회를 상공농사의 근대 사회로 변화시킨 개혁가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박대통령에게 독점 재벌과 부패한 검찰 등의 부당한 권력과 투쟁하여 공화국을 재발명하는 보수 개혁가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초당파적 국민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이 엄숙하고도 행복한 순간에 국민정서를 무시한 흠집 많은 인사들을 장관후보자로 지명하고 있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었다며 ‘경제민주화’를 핵심 국정목표에서 삭제해 버렸다. 약속을 저버린 권력에 대해 사람들은 존경심을 거두고 실망, 무관심, 분노 그리고 경멸의 순으로 급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반응을 보낼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지금 박대통령에 대해 실망하고 있지만 아직 분노심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잘 수행 할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는 긍정적 전망이 71%에 달하고 있다. 국민들은 속을 끓이면서도 박근혜의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박대통령이 위대한 시나리오를 쓸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별이 된 故 김수미
  • 강력한 한 방!!!
  • 뉴진스 수상소감 중 '울먹'
  • 이영애, 남편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