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체감물가 세계최고”

“싸다 싸다”던 日관광객 요즘은 “비싸다 비싸다”
“빵·채소값은 2~3배 휴대전화 아예 안써”
“호텔비는 왜 비싼지… 스테이크 값 미쳤다”
  • 등록 2007-01-25 오전 8:43:30

    수정 2007-01-25 오전 8:43:30

[조선일보 제공]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49위(2005년 기준, 세계은행 통계). 그러나 수도(首都)에서 느끼는 체감(體感)물가로는 이미 G7(선진7개국)에 진입한 ‘물가 대국(大國)’이다. 국제조사기관 중에선 서울이 고(高)비용 도시의 대표격인 도쿄·뉴욕·런던을 이미 제쳤다고 평가하는 곳도 있다. 이국(異國) 땅을 밟고 있는 외국인들은 어떻게 느낄까. 고비용 도시에서 건너와 서울에 체류 중인 나카지마 데쓰오(中島哲夫·50) 일본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 찰스 스캔런(Charles Scanlon·47) 영국 BBC방송 서울지국장, 미국인 영어학원 강사 디바인 먼귀아(Divine Munguia·24)씨에게 들어 보았다. 그들은 “차라리 고시원에 들어가고 싶고”(나카지마), “휴대전화를 쓰지 않으며”(먼귀아), “스테이크 값이 미쳤다”(스캔런)고 했다.


◆집값

나카지마씨는 혼자 부임해 서울 연희동의 원룸에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로 80만원(약 10만엔)을 냅니다. 도쿄에서는 아내와 세 아이가 방4개짜리 공영아파트에 사는데, 보증금 없이 월세 13만엔(약 100만원)입니다. 방값을 따지면 서울에서 혼자 사는 게 도쿄에서 네 식구 사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그는 서울의 집값 수준을 묻자, 1990년대 초 일본의 거품 붕괴 때의 느낌과 비교했다. “당시 도쿄 집값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거품이 붕괴됐습니다. (부동산에 대해) 아는 외국인들은 지금 서울 집값이 너무 이상하다고 해요.”

스캔런씨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 근무했다. 그는 “서울 집값은 도쿄에 못지않다”며 “홍콩을 제외하면 서울은 아시아의 다른 도시보다 집세가 3~4배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에 산이나 해변을 찾는다는 스캔런씨는 비싼 호텔값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시아 다른 곳에선 150~200달러 주면 아주 고급스러운 호텔에서 머물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그저 그런 평균 수준 호텔비밖에 안돼요.”

◆음식값

고향 로스앤젤레스에서 대학까지 마친 먼귀아씨는 한국의 채소값에 혀를 내둘렀다. “대형 마트에 갔는데 유기농 채소에 적혀진 금액을 보고 놀랐죠. 왜 LA보다 유기농 채소값이 2~3배 이상 비싼 걸까요.”

20대 젊은 여성인 그는 빵값에 민감했다. “미국에서는 싸고 양 많이 주는 베이글(버터·우유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즐겨 먹었어요. 1달러(약 960원)면 충분하죠. 그런데 서울에서는 베이글 한 개에 3000원에 파는 곳도 봤어요. ”

스캔런씨는 왜 한국산 맥주와 외국산 맥주값이 2배나 차이 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에서 외국산 맥주를 마시려면 7000원 정도를 줘야 하죠. 이건 런던과 비교해서도 2배 가격을 받는 거예요. 아시아의 다른 곳보다는 3배쯤 비싼 것 같고요.”

서울의 비싼 술값에 나카지마씨는 손을 내저었다.

“직업상 카페에서 손님을 만나곤 하는데, 기본 안주에 양주 한 병 먹으면 보통 30만원이 듭니다. 그 정도 가격이면 도쿄에선 롯폰기 고급 술집에 가서 마실 수 있어요.”

그는 요즘 일본에서 건너오는 ‘한류(韓流) 아줌마’들이 감소한 이유를 튀김값을 들어 설명했다.

“출퇴근 길에 광화문 앞 동화면세점을 지납니다. 그 앞에 튀김집이 있어요. 예전에는 일본 아줌마 관광객들이 ‘싸다 싸다’ 그러면서 먹었는데, 요즘은 ‘비싸다 비싸다’ 하면서 자꾸 지갑을 열어봐요.”

◆서비스요금

먼귀아씨는 휴대전화가 없다. “휴대전화 단말기값은 미국이나 별 차이 없어요. 대신 사용요금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미국에서는 70달러(약 7만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면 5명이 사용할 수 있어요. 매일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무료 통화예요.”

그녀에게는 책값도 신기했다. “미국에서 ‘해리포터’ 책은 한 편당 한 권씩 팔아요. 두껍긴 하지만 10달러(약 9000원) 정도면 살 수 있죠. 그런데 한국은 신기하게도 한 편이 4권으로 나뉘어 있더라고요.”

해리포터 책은 한 권당 8000원 정도라고 알려주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럼 해리포터 책 한 편에 3만원이라는 말이에요? 총 6편까지 다 사려면 20만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네요. 전 그냥 두꺼운 영어 책으로 읽을래요.”

나카지마씨는 현지 물가를 예민하게 반영하는 외교관들의 수당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작년부터 미국 워싱턴과 서울 주재 일본 외교관들의 체재비가 역전이 됐습니다. 물가가 더 비싸다고 서울 주재 외교관들의 수당을 더 높여준 거죠.”

스캔런씨는 “물가가 비싸다고 한국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서울이 살기 좋으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교육시설도 그저 그래, 의료시설도 그저 그래, 주말에 놀러 갈 만한 곳도 그저 그래, 근데 물가는 왜 이렇게 비싼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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