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자녀의 성적이 오르지않아 고민하던 안모(49)씨는 지난해 여름방학에 유전자 학습 프로그램을 택했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Y 초등학교가 단체 유전자 적성검사를 받았다”는 뉴스를 본 게 계기가 됐다. 안씨는 “운동을 좋아해 체력 하나는 타고난 줄 알았던 아이들 체력은 ‘보통’일 뿐이었고 ‘외부로부터 협박’에 거부감을 갖는 타입으로 결과가 나왔다”며 “검사 후 유전자 상담사가 효과적 공부법을 조언해줬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전자 적성 검사’를 통한 학습 프로그램을 짜주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10여 개에 이른다. I업체에서는 집으로 배달된 검사 도구로 긁어낸 볼 안쪽 상피세포와 심리 테스트 결과만 보내면 30여 쪽에 이르는 분석 보고서를 보내준다. ‘탐구형 45.5%에 예술형 36.4%이므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식이다. 가격은 30만~50만원 선이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생활 속에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유전자 상담사는 민간 자격증임에도 1년 사이 1000여명이 땄다.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유전자 궁합’ 연구도 활발하다. 결혼정보회사 등에서 재미삼아 제공하던 ‘사주 궁합’이나 ‘혈액형 궁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상용화를 추진 중인 P사의 검사는 기능이 밝혀진 유전자를 총동원해 체력, 우울, 고혈압 등에 대한 가능성을 백분율로 표기해 제공한다. 한국서도 입안 상피세포 등 시료를 받아 분석 결과를 이메일로 보내주는 미국 업체들은 비만 유전자와 다이어트, 중독 유전자와 금연 등을 연계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짜준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팀 김경호 주무관은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를 막기 위해 우울(5-HTT), 호기심(DRD 2, DRD4) 등 20개 유전자에 대해 지침을 마련 중”이라며 “한국은 물론 외국 업체 등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유전자(UCP-1, B3AR, Leptin)는 이미 과학적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