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코스닥시장은 올 한해동안 "성장통"으로 몸살을 앓았다. 거래소시장에 필적할 만큼 외형은 커졌지만 주가조작 등 불법적인 사건은 예년과 다름없이 계속 터져나왔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적 장치도 대거 도입됐다. 코스닥시장을 둘러싼 사건과 뉴스가 그 어느해 보다 많았던 한해였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취재경쟁을 벌이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edaily 코스닥팀이 한자리에 모여 올 한해의 소감을 주고 받았다.[편집자 註]
◇edaily 코스닥팀이 다사다난했던 2001년 코스닥시장을 되돌아봤다. 왼쪽부터 권소현기자, 김문석기자, 이진우기자, 이의철팀장, 김기성기자, 문병언팀장
▶김기성= 올해 코스닥시장은 양적으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등록기업수가 거래소 상장기업을 처음으로 넘어섰다는 게 상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에 비해 70% 가량 늘었습니다. 건정성 확보 등 질적으로 성숙해야 할 당면 과제를 안고 있지만 양적으로는 성장국면에 놓여있습니다.
▶권소현= 하지만 규모에 걸맞는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흡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예로 한국디지탈라인과 다산의 퇴출처리 과정에서 코스닥위원회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위원회가 올 한해동안 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퇴출제도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처리를 근절해야 하는 숙제는 남아있습니다.
▶문병언= 일부 부실기업의 퇴출도 있었지만 규정과 제도의 미비로 많은 부실기업을 퇴출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이 체계적인 제도나 규정에 따라 움직일 때 비로소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기성= 코스닥시장의 현실과 법적인 해석에 차이가 있었던 것도 그런 문제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의동 코스닥위원장이 사석에서 다산이 제기한 등록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2심에서는 코스닥위원회가 승소했지만 말입니다.
▶문병언= 그렇지만 올해 코스닥시장이 전에 비해 많이 성숙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사소한 뉴스에 몇 주씩 시장이 들썩이던 모습은 많이 사라졌거든요. 하지만 좀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등록 업체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1년 동안 추진해온 외자유치를 테러로 인한 시장상황 악화를 핑계로 중단됐다고 밝히는 등의 모습들은 사라져야죠.
▶김기성= 세계 주식시장을 뒤흔들어 놓았던 9.11 미국 테러사태도 빼놓을 수 없는 뉴스였죠. 테러 직후 열린 코스닥시장은 우울한 진기록을 양산했습니다. 지수 하락률 최대, 하락종목 최대, 하한가 최대, 지수 사상 최저라는 기록을 한꺼번에 쏟아냈으니까요. 또다시 미국 테러사태 처럼 엄청난 쇼크를 주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이런 기록은 나오기 힘들 겁니다.
▶이의철= 테마주를 빼놓고 코스닥시장을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해리포터 테마주를 비롯해 강원랜드로 대표되는 럭주, 광우병 관련주, 전자화폐주, 테러 이후엔 백업 관련주 들이 테마주로 등장했습니다. 테마주들이 코스닥시장에 "모티브"를 제공한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사실 황당한 테마주도 많았어요.
▶권소현= 해리포터란 말만 꺼내면 상한가까지 치솟는 종목들이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기업실적과 별로 상관없는 적조 수혜주, 전쟁 수혜주 등은 황당한 테마주였다고 할 수 있죠.
▶이진우= 그렇지만 안철수연구소는 등록초기에 보안주 테마를 형성하며 테러로 인해 침체됐던 코스닥시장에 온기를 불어 넣기도 했었죠.
▶권소현= 게임관련주들이 각광받았던 것도 올해 코스닥시장의 특징입니다. 지난해말부터 등록업체들은 조금이라도 게임산업에 발을 담그며 게임 테마주에 편승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게임산업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만한 업체들이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김기성= 등록 전부터 말이 많았던 카지노업체 강원랜드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습니다. "럭(luck)주"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구요. 또다른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는 내년 상반기로 등록예비심사청구를 연기했는데요. 세인의 관심을 또다시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진우=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벤처거품 등으로 인해 국내 벤처업체들에게는 올해가 큰 시련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 네띠앙 홍윤선 사장,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등이 실적 부진으로 퇴진했지요. 특히 새롬기술의 미국 다이얼패드 법정관리 신청은 벤처신화의 몰락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고 평가됩니다.
▶이의철= 벤처기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차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거죠.
▶이진우= 실제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원텔레콤 휴맥스 에스피컴텍 대인정보 등은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또 벤처기업들은 벨소리, 문자메시지, 복권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업체는 아바타라는 사이버 케릭터 사업으로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기도 했어요.
▶문병언=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는 등록기업들의 M&A(인수합병)가 봇물을 이뤘습니다. 여기저기서 M&A가 터져 나와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으니까요. 최대주주변경공시가 의무화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55건이었던 최대주주 변경공시가 올해는 무려 141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의철= M&A가 활발했던 것은 사모 M&A펀드가 허용된 데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새 주인을 찾는 노력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문병언= 하지만 일부기업은 최대주주가 몇번씩 바뀌는 등 M&A과정에서 시세차익만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M&A를 재료로 해당 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지만 기업구조조정이나 신규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어서는 안되겠죠.
▶이의철= 벤처캐피탈과 벤처투자 분야에선 벤처투자손실보전제가 주목을 끌었습니다.결국 도입되진 않았지만 여러가지를 생각케 하는 제도였습니다.또 안창용 벤처테크 사장은 한국창투 공개매수를 시도하다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유언장을 남기고 잠적하는 소동도 벌였었죠. 올해는 또 네티즌펀드, 영화펀드, 농업바이오펀드 등 다향한 펀드들이 나타나 벤처투자가 더욱 다양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기성= 엔씨소프트와 모디아의 황제주 경쟁도 관심을 모았던 뉴스였습니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완승으로 끝났지만요. 하지만 자본금 등을 따지지 않고 단순 주가만으로 황제주를 논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증권협회 직원이 28억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한 사건도 기억에 남습니다. 증권협회 기금이 1000억원대 규모라는 사실도 놀랄만 했지만 일선 과장이 협회인감을 도용할 정도로 기금이 허술하게 관리됐다는 게 도마위에 올랐었죠.
▶권소현= 유난히 소송도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다산이 코스닥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비롯해 씨엔씨엔터와 케이비티, 씨엔씨엔터와 스마트로 등 업체들간의 특허권 분쟁도 법정까지 갔었죠. 코스닥위원회는 이 과정에서 법정소송에 대한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었죠.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더욱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겁니다.
▶김기성= 올해도 표면적으로는 개인들이 코스닥시장을 주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외국인이 이끌어 나갔습니다. 개인은 올해 코스닥시장 전체 거래금액 중 95%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KTF, 국민카드 등 지수관련 대형주를 주로 사들이며 시장의 흐름을 좌우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이 많은 기간에 지수의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또 외국인의 시가총액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어섰습니다.
▶이의철= 상투적인 표현이겠지만 올해도 코스닥시장은 다사다난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이 지난 99년부터 "벤처붐"을 타고 급팽창했지만 아직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 기자들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거죠. 올해는 부정적인 뉴스가 더 많았지만 내년에는 즐겁고 건전한 뉴스로 가득찬 코스닥시장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올해를 정리하는 코스닥팀의 방담을 마치기로 하겠습니다.(일동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