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결정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장이 1년 사이에 변했다. ‘주가조작 의혹이 없다’고 자신했던 태도에서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소극적인 입장으로 전환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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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 출석해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결정에 대한 질의에 “금감원이 조사심리 이후 이첩한 사건이 아니라 검찰에서 인지수사 형태로 해서 증거관계에 대해서 실제로 잘 모른다”며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원장의 답변은 1년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 톨의 증거라도 있었으면 (검찰이) 기소했을 텐데 증가가 없는 거라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검찰이 너무 정치적으로 취급해서 간단한 사건을 그냥 무혐의 처분하면 될 걸, 그걸 면하려고 조사를 안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올해 1월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묻고 답변을 들은 뒤 넘어가려 했다. 이 원장은 “주가 조작에 대해선 감독원이 하는데 저한테는 안 물어보시냐”며 답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특검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이 건은 지난 정부에서 오래 조사해왔고 (제가) 20년 이상 주가 조작을 수사해 온 입장에서 보니 증거가 있으면 당연히 기소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혜련 21대 정무위원장도 “어떻게 한 톨의 증거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저도 당시 이성윤 검사장을 모시고 있었는데, 정말 기소하려고 했는데 못 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지난 5월에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원장은 라디오 방송서 “제가 봤던 지난 정부에서 수사 결과 자체만으로 놓고 보면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나 생각은 들었는데, 그 이후에 그게 증거 판단의 문제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 관계의 문제인지 이런 것들은 제가 잘 모르겠다”며 “검찰이 왜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악화된 여론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 기관이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김건희 특검’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유권자의 63%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특검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26%에 그쳤고,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0.9%(총 통화시도 9160명 중 1001명 응답완료)였다. 통계보정 기법이나 설문지 구체 문항 등 조사 관련 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면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검찰의 설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온도차를 보인 것도 이 원장이 발언의 수위를 높일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했다.